새누리당의 주류인 친박(친박근혜)계가 차기 원내대표 선출 국면을 맞아 '흥망성쇠'의 갈림길에 섰다.

지난 2007년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대선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캠프'를 모태로 한 친박계는 2012년 박 대통령 당선으로 전성기를 맞았으나, 집권 말기를 앞두고 치러진 지난 4·13 총선에서 참패해 위기에 몰렸다.

'계파 해체론'마저 거론되는 친박계는 이번 원내대표 선출에 이어 차기 당권 주자들이 겨루는 전당대회, 그리고 내년 대선을 앞두고 활로를 모색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특히 총선 패배의 책임론이 친박계를 향하는 가운데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취임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데다 상당수 친박계 후보들이 낙천·낙선·탈당하면서 당내 입지가 예전 같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친박계가 뿔뿔이 흩어져 각자 살 길을 도모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옛 친이(친이명박)계와 마찬가지로 주류 세력이 해체 수순을 밟지 않겠느냐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당장 현 정부의 장관까지 지낸 친박계 유기준 의원이 친박계 핵심으로 불리는 최경환 의원의 만류를 뿌리치고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한 게 이를 상징적으로 드러낸 장면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유 의원은 29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자신의 '탈(脫)계파 선언'이 '탈박 선언'이냐는 질문에 "그렇지는 않다"고 답했지만, 자신의 의도와 무관하게 친박계 중심부에선 멀어졌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이른바 '원박(원조 친박계)' 그룹이던 김무성·유승민·한선교 의원과 이혜훈 당선인의 경우 현 정부 출범을 전후로 비박(비박근혜)계 또는 중립 성향으로 이탈했다.

'신박(새로운 친박계)'으로 불리는 원유철 원내대표는 "국민의 머릿속에서 '친박'이라는 글자를 어떻게 지울지 방법을 좀 찾아보려고 한다"며 계파 구도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친박계 맏형 격인 서청원 의원은 지난 26일 당선인 워크숍에서 "모든 걸 훌훌 털겠다"며 "일부 언론에서 국회의장 얘기가 나오지만 야당이 주지 않아 다 접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친박계가 각자의 위상과 형편에 따라 분화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국회의장단, 당 대표, 원내대표 자리를 놓고 내부 갈등이 빚어진 것"이라며 "친박계는 각자도생할 수밖에 없다"고 익명을 요구한 친박계 중진 의원은 말했다.

한선교 의원은 "(현재의) 친박이 대단한 결집체도 아니고, 항상 따로따로 움직이는 모임이었다"며 "결국 '자기들을 위한 친박'이다. 이런 친박은 다시 결집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기존의 친박계 유력 인사들이 '마이웨이'를 걷는 가운데 최경환 의원을 구심점으로 초·재선 그룹이 응집하고, 차기 대권의 비전을 보여주는 '미래 권력'을 좇아 친박계가 재편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최 의원의 경우 최근 주변에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문제는 마음을 비운지 오래"라면서 "등을 떠밀어도 (전대에) 안 나가고 싶은 심정"이라는 복잡한 심경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전대 출마가 친박계의 당권 장악 시도로 비칠 수 있다는 부담감 때문으로 풀이되지만, 정권의 성공적 마무리와 재창출을 위해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경우 개인적 행보를 넘어선 '험로'를 택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원내대표 경선과 관련해 최 의원은 "손을 뗐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때 중립 성향의 나경원 의원이 원내대표를 맡는 게 총선 참패 이후 당의 화합을 위해 적절하다고 판단해 친박계 의원들의 출마를 만류했지만, 김재경·유기준·정진석 등 다른 4선 당선인들도 경선에 뛰어들자 아예 관여하지 않기로 했다는 전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