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단독] 김종인 비대위대표의 역할은 ‘여기까지’라는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는 호남정치가 DJ정치라는 것을 보여준 명백한 모습이다. 독재에 항거하고 민주주의 열망에 불을 지핀 이가 DJ다. 이 정서에 물들어 있는 게 호남이라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

새누리당을 제치고 더불어민주당이 제1야당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아직도 전국에 퍼져있는 호남민심이 있어서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이들이 바로 ‘친노 비노’다. 계파 간 갈등으로 더민주와 국민의당으로 갈라졌지만, 김종인 비대위대표가 양 계파를 ‘조정과 통제’를 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예측은 예상대로였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는’ 현상을 ‘민주당 원조진골’들은 용인할 수 없었던 것이다.

특히 호남민심도 김종인 비대위대표를 바라보는 시선이 그리 곱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유야 어떻든 현 박근혜 정권을 도왔던 인물이란 점에 ‘철새’ ‘배신자’라는 말이 아직도 나돌고 있다는 게 그 증거다.

이런 점에서 김 대표 본인도 더 이상 합의추대로 당권을 욕심낼 게 아니라는 것을 판단했다고 본다.
해서, 8~9월에 예정된 전당대회까지만 ‘비대위’를 맡겠다고 물러선 것으로 풀이된다.

추미애, 송영길 등 당권도전에 나선 안티 김종인 세력도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도 김 대표를 압박했던 요인이다.

호남정치를 이해하지 못했던 김 대표도, 이제 사 본인이 챙겨먹을 밥그릇(?)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했다고 본다.

더민주 싫어서 국민의당을 지지한 게 호남민심이다. 그렇다고 안철수 대표를 좋아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원조 호남을 퇴색시키는 더민주가 싫었던 게 바로 호남민심이다.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호남지역민이 스스로 더민주를 거부한 것이다. 이런 강한 응징이 아니면 전통야당을 이어갈 수 없다는 정신자세가 바로 호남지역민들 가슴속 깊게 뿌리박혀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이런 정서에 김종인 대표의 당권욕심은 한낱 물거품 이었다는 해석이다.

이를 바라다보는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마음이 무겁다. 누구보다도 호남민심을 아는 그이기에 언제든지 민심이 떠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서다.

작금에 캐스팅보트를 쥐었다고 기가 산 국민의당은 어찌 보면 모래에 성을 쌓았다는 점에서 불안한 게 사실이다.

이제 사 이런 정서를 김종인 대표도 알아차린 것이고, 얼마 전 박지원과의 밀회도 자신들의 향후 행보를 논할 수 있었을 것이란 짐작도 간다.

김종인호의 쇄락은 이미 계산됐던 수순이었다고 본다.
한국정치는 철저한 계파정치다. 이런 팩트(fact)는 당분간 깨질 수 없는 게 여야 모두가 안고 있는 고질병이다. 이 방정식을 김종인 측근들도 깨달은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호남 민심이 대선에서 어떤 방향으로 나타날 것인지에 시선이 쏠린다.

문재인 카드냐, 아니면 손학규처럼 칩거대상이냐. 이도저도 아니면 야권통합의 새 인물을 추대할 것이냐는 미지수다.

허나 분명한 것은 호남민심을 얻지 못하는 대권주자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이의 성공여부는 결국 새누리당 대권과도 직결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