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자치부가 추진하는 지방재정 개편이 지방자치단체들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재정 형편이 비교적 넉넉한 대도시 수입원인 법인 지방소득세와 시·군 조정교부금 일부를 조정해 중소 시·군에 나눠주겠다는 것인데 찬반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시·군이 아닌 구로만 구성돼 지방재정 개편의 영향권에서 빠진 서울시를 제외한 16개 광역 지방자치단체간 사활을 건 '쩐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고양·과천·성남·수원·용인·화성 등 경기도 내 시장 6명은 지난달 31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에 돌입했다. 오는 11일에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대규모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이들 6개 시는 세출보다 세입 예산이 많아 정부가 지원하는 지방교부금을 받지 않는 '불(不)교부 지방자치단체'다. 살림살이가 상대적으로 넉넉하다는 얘기다.

반면 비수도권 시·도는 행자부 재정 개편안을 내심 반기고 있다. 비수도권 지역에서 도청 소재지가 있는 비교적 규모가 큰 도시는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외견상 신중하게 장고하는 모습이지만 실상은 혜택이 훨씬 많은 개편안에 찬성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2013년 중앙과 지방 정부의 대대적인 재원 조정이 이뤄졌다. 지방세인 법인 지방소득세가 신설되고 지방세 감면 대상이 줄면서 지방정부의 재정이 총 2조2천억원 증가했다. 영유아 보육사업 국고 보조율이 15% 포인트 올라가면서 1조원이 추가로 늘었다.

그 결과 2013년 51.1%였던 지방정부의 재정자립도는 올해 기준 52.5%까지 올랐다.

지방이 재정적으로 홀로 설 수 있게 하자는 취지로 재원 조정에 나선 중앙정부 입장에서 뜻하지 않은 문제가 생겼다. '부익부 빈익빈'으로 일컬어지는 지자체 간 재정 불균형이 더욱 커졌다.

올해 기준 서울시 본청의 재정 자립도는 83%이지만 전남도 본청은 18.3%에 불과하다. 그 차이가 64.6% 포인트에 달한다.

전국의 많은 지자체는 여전히 자체 세입으로 공무원 인건비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곤궁'한 처지다. 지자체만 탓할 수도, 탓한다고 해결될 것도 아닌 구조적인 문제라는 게 행자부 판단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법인 지방소득세 징수가 기업이 많은 특정 시·군에 편중되면서 지자체 간 세수 격차도 커졌다.

경기 화성시가 지난해 거둬들인 법인 지방소득세는 3천23억원인 반면 경기 연천군은 9억3천만원에 불과하다. 무려 325배 차이가 난다.

지자체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하면서 '지자체도 흙수저가 있다'는 중소 지자체의 불만이 커지면서 재정 균형을 꾀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게 행자부 설명이다.

정부가 지자체 간 재정 격차를 좁히려고 찾아낸 방안은 시·군 조정 교부금과 법인 지방소득세 조정이다.

지금까지 조정 교부금을 나눠주는 기준은 세금 징수 실적 30%에 재정력 지수 20%, 인구 50%이다.

그러다 보니 인구나 징수 실적 등 재정 여건이 좋은 시·군에 많이 배분된다. 인구가 많고 기업이 많은 대도시가 유리한 구조다.

충북을 예로 들어 보면 지난해 기준 청주시에 1천325억원이 교부된 반면 단양군에는 고작 106억원이 교부됐다.

시·군간 재정력 격차를 조정하기 위해 마련한 제도가 정반대로 격차를 키우는 요인으로 작동되는 것이다.

정부는 시·군 재정력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징수 실적 비율을 30%에서 20%로 낮추고 재정력 지수 비율을 20%에서 30%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렇게 되면 청주시에 지급되는 조정교부금은 지금보다 100억∼150억원 줄어드는 반면 단양을 비롯한 중소 도시는 10억∼20억원씩 증가하게 된다.

정부 개편안대로라면 법인 지방소득세의 일부도 공동세로 전환된다.

시·군의 기업 유치나 사회간접자본(SOC) 조성을 광역 시·도가 재정까지 투입하며 주도적으로 지원하지만 그 기업이 내는 법인 지방소득세는 고스란히 시·군 몫이다.

그러다보니 대도시와 중소도시의 법인 지방소득세 차이는 크다. 지난해 기준 대기업이 많은 청주시의 법인지방소득세 수입은 1천11억원에 달한 반면 대부분이 영세 업체인 영동군은 12억원에 그쳤다.

정부는 이런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시·군세인 법인 지방소득세의 50%를 도세로 전환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이 방안대로 지방세 기본법이 개정돼 시·군이 벌어들인 법인 지방소득세의 절반을 시·도가 걷어들여 인구나 재정력 지수 등을 토대로 재분배한다면 재정이 열악한 시·군에는 '단비'가 될 수 있다.

정부의 지방재정 개편안에 경기도는 '극력 반대' 한다. 큰 폭의 재정 감소가 불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경기지역 6개 시장이 정부 서울청사 앞에서 릴레이 시위에 들어갔고,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도 예고했다.'

윗돌을 빼서 아랫돌을 괴는 식의 지나친 재정 간섭이며 지방재정 하향 평준화를 꾀하는 것은 물론 지방정부간 분열을 조장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지방 재정을 파탄낼 수 있다는 위기감도 드러내고 있다. 수원시의 경우 1천800억원의 세수가 감소하는 등 6개 시의 예산이 8천억원 이상 줄어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른다는 우려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 협의회 사무총장인 염태영 수원시장은 지난 2일 전국 226개 지자체장에게 정부의 지방재정개편에 맞서 한국의 지방자치를 지켜내자는 서한문을 발송했다.

염 시장은 "정부가 극단적인 세수 사례를 들어 부자 지자체와 가난한 지자체로 편을 가르고, 지방재정의 위기가 마치 겨우 6개뿐인 불교부단체 때문에 발생한 양, 이들 6개 시의 예산을 빼앗아 전국에 나눠주면 문제가 없다는 식의 얄팍하고 비열한 논리로 지자체들을 갈라치기 한다"고 비난했다.

염 시장은 "시행령 개정만으로 900억원에 가까운 세수를 쳐내겠다는 발상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충격적인 예산 삭감을 당하는 자치단체 입장을 손톱만큼이라도 헤아려 봤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0년간 기초자치단체의 평균 재정자립도가 50%에서 25% 수준으로 떨어지고, 재정자립도 50% 미만 기초자치단체가 전체의 95%에 이르게 된 비참한 현실은 6개 불교부단체의 탓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지방 재정의 어려움은 국고보조사업의 일방적 확대와 국가사무의 지방 이양, 사회복지사업 급증, 감세 정책에 의한 지방세수 감소가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이미 약속한 지방소비세 확대, 지방교부세율 상향 조정, 지방세 비과세·감면 축소 등 지방 재정 확충 약속을 먼저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기도 역시 3천억원의 행자부 보통교부금이 다른 시·도로 넘어가게 된다면서 이들 6개 시와 보조를 맞춰 중앙 정부에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반면 비수도권 시·도는 지방 재정 개편이 정부 방안대로 확정되면 지자체 간 재정 격차가 완화될 것이라며 내심 기대하고 있다.

충북의 경우 지난해 시·군 조정교부금 3천87억원 중 42.9%(1천325억원)가 청주시에 교부됐고, 재정자립도가 도내에서 가장 열악한 단양에는 3.4%(106억원)만 지원됐다.

정부안이 실현된다면 재정 여건이 열악한 군소 시·군에 대한 재원 재분배가 이뤄져 재정 격차 해소를 꾀할 수 있다.

청주시는 지방재정 개편안이 현실화되면 100억원 가량의 세수가 감소하는 불이익을 피할 수 없겠지만 아직까지 반대 목소리는 내지 않고 있다.

강원도와 도내 18개 시·군도 지방재정 개편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시장·군수 협의회는 지난 1일 "조정교부금 개편으로 일부 시·군이 다소 불이익을 받더라도 대승적 차원에서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경북도 역시 개편안이 시행되기를 바라는 입장이다. 개편안이 확정되면 포항과 구미의 세수가 줄어들 수 있지만 특별히 반대하는 움직임은 아직 없다.

전북도도 비수도권 시·도와 같은 입장이다. 전주시와 군산시, 익산시, 완주군 등 4곳에서는 세수가 적게는 33억여원, 많게는 92억여원 줄어들겠지만 도 전체적으로 볼 때 '이익'으로 판단하고 있다.

행자부 관계자는 "지자체 간 극심한 재정 격차를 좁혀 형평성을 맞추는 게 시급한 과제"라며 "지자체 의견을 수렴하며 공감대를 형성한 후 내년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