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대표직에서 사퇴하자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사태를 둘러싼 민심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더민주는 겉으로는 반응을 삼가면서도 내부적으로는 대여공조 차질에 대한 우려와 함께 이후 야권 주도권 경쟁구도에 대한 다양한 전망이 나오는 등 속내는 복잡한 모습이었다.

특히 최근 '서영교 논란'으로 국민의당과 나란히 여론의 비난에 처했던 만큼, 더민주로서는 국민의당의 초강수 탓에 부담스러운 상황이 됐다는 우려도 일각에서 나왔다.

더민주는 이날 오전 안 대표의 사퇴 소식이 전해지고 나서 공식 논평을 포함해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더민주의 한 관계자는 "다른 당의 일이자 좋지도 않은 일에 대해 논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국민의당은 경쟁자이자 우군이었던 만큼 조심스럽다"고 설명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는 이날 "안 대표의 사퇴를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나한테 물어보면 어떻게 하느냐. 본인에게 물어야지"라고만 답했다.

그는 이번 사퇴로 안 대표의 대선가도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대통령 후보를 하는 것과 별 관계가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정계개편에 영향이 있겠느냐는 질문에는 아무 답을 하지 않았다.

이처럼 신중한 태도와는 달리 더민주 의원들은 안 대표의 사퇴 후 여론의 추이가 당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분주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최근 텃밭 호남에서 국민의당의 지지율이 하락, 상승세를 탄 더민주가 지지율 역전 조짐을 보이는 시점에 안 대표가 사퇴하면서 향후 지지율 추이가 급격하게 요동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한 의원은 "지금 같은 격변기에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호남에서 기회를 잡을 수도,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며 "공은 더민주로 넘어왔다. 호남의 눈높이에 맞는 혁신을 어떻게 보여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가족채용 논란'을 일으킨 서 의원에 대한 징계가 첫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재선 의원은 "국민들은 국민의당 홍보비 파동이나 서 의원 사태를 비슷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며 "국민의당의 초강수가 솔직히 부담이 되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원내지도부 역시 머릿속이 복잡하기는 마찬가지다.

국민의당 지도부가 붕괴되면서 '거야(巨野)' 진영을 구축해 현안을 주도하겠다는 구상에도 힘이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원내 관계자는 "국민의당이 지금 혼란스러운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총선 민의에 따라 야당이 함께 민생을 챙기고 민주주의를 회복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야당인 정의당은 이번 사태에 대해 논평을 내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창민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국민의당이 리베이트 의혹으로 입방아에 오르더니, 오늘은 대표들이 사퇴했다. 새정치를 내세운 국민의당이었던 만큼 매우 안타깝다"며 "이번 사안을 계기로 국민의당이 신뢰를 다시 회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