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소속 남경필(51) 경기지사와 더불어민주당 소속 안희정(52) 충남지사가 7일 세종시 수도이전에 공감대를 드러냈다.

20대 국회 개원과 함께 개헌 논의가 급물살을 탄 가운데 '50대 기수'들을 중심으로 여야의 차세대 주자들로 꼽히는 광역단체장들이 한목소리를 내면서, 일각에서는 수도이전 문제가 개헌론의 이슈로 부상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 연장선 상에서 내년 대선 정국에서도 이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부각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일각에서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중원'인 충청표심을 의식한 경쟁이 벌써 시작된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내놓고 있다.

먼저 수도이전 주장을 들고나온 것은 남 지사다. 그는 지난달 경기도 양주시에서 시장·군수 간담회를 열고서 "국회는 물론 청와대도 세종시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안 지사도 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서울과 지방의 균형 있는 발전을 꾀하기 위한 논의는 계속돼야 한다"며 공감을 표했다.

그러면서도 안 지사는 "수도권 이전문제는 사실 노무현 정부 때 저희가 입안했던 행정수도 주장을 남 지사도 받아들이신 것"이라며, 수도이전에서는 '원조'임을 우회적으로 부각시켰다.

안 지사는 "과거 수도 이전이 위헌이라고 판결한 헌재의 판결은 마음에 걸린다"면서도 "당시 헌재는 관습법을 근거로 들었는데, 이제는 많은 분의 상식이 바뀌었으니 판결도 바뀔 여지가 있다"고 했다.

남 지사 측도 안 지사의 이런 발언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더욱 수도이전론에 박차를 가할 기세다.

남 지사 측 관계자는 "남 지사로서도 본인이 꺼낸 어젠다에 안 지사가 공감을 표해준 것 아닌가. 환영한다는 것이 기본적 입장"이라며 "다양한 계기를 통해 안 지사와 논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명의 광역단체장이자 대권주자인 더민주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도 지난 5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노무현 정부가 내놓은 행정수도 이전은 잘했다고 본다. 서울은 비즈니스 수도로 족하다"며 수도이전론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남 지사는 이에 대해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박 시장이 수도 이전에 찬성하신 데 대해 환영의 뜻을 표한다"고 했다.

그러나 광역단체장들의 이러한 움직임에 서울을 지역구로 둔 의원들 일부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성태(서울 강서을)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남 지사와 안 지사를 동시에 언급하며 "대권욕과 대한민국 수도 이전을 맞바꾸지 말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김 의원은 "지난 2002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 후보가 행정수도 이전 공약을 내세웠을 때 한나라당의 대변인으로서 '충청인을 현혹하는 공약'이라 혹평한 남 지사가 어떤 연유로 입장이 뒤바뀌었는지 의문"이라며 "당시 남 지사의 말대로 수도권 공동화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대선마다 반복되는 수도이전 망령 공약, 이제는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며 "더는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해 또 한 번의 국론분열을 초래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박 시장을 향해서도 이날 TBS라디오에서 "수도를 옮기면 자연스럽게 지역균형발전이 이뤄질 것이라는 사고는 너무나 1차원적이고 전근대적"이라며 "천만 시민이 살아가는 수도 서울의 시장으로서 책임감과 사명감이 있는지 의아심이 들 정도"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