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온라인 투표가 늘어나는 추세지만, 그 편리함에 비해 치러야 할 대가가 여전히 너무 크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다.

20일 워싱턴포스트(WP)는 전자사생활정보센터(EPIC), 투표검증재단((Verified Voting Foundation) 등 3개 전문가 집단의 최근 보고서를 인용해 "온라인 투표가 비밀투표의 권리를 희생시킬 뿐 아니라 부정선거를 유발할 소비가 높다"고 지적했다.

또 IT 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해킹의 위험성이 커 선거 결과 자체를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민주주의·기술 센터의 수석 연구위원인 조지프 로렌조 홀은 "인터넷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처럼 매우 지저분하다"면서 "중요한 선거를 온라인을 통해 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생각"이라고 말했다.

투표검증재단에 따르면 이메일, 전자팩스, 온라인 포털 등을 통한 전자 투표는 현재 미국의 32개 주에서 시행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파견 군인이나 해외에 거주하는 유권자들에 국한돼 있긴 하다. 하지만 유타주 등 일부에서는 프라이머리 등에 온라인투표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또 알래스카의 경우 지리적 특수성으로 인해 유권자들이 요청하면 온라인상에서 부재자 투표를 할 수 있다. 미국의 일부 정치단체들은 미국 유권자들의 저조한 투표율 제고를 위해서는 온라인 투표를 도입하는 방법밖엔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보고서의 공동작성자인 EPIC의 케이트리오나 피츠제럴드 정치담당 국장은 "미국의 모든 주는 헌법으로 비밀투표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지만, 인터넷 투표의 어떤 방법도 현재 기술로는 기본적인 유권자의 비밀투표권을 보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피츠제럴드는 특히 "온라인과 전자 투표는 유권자들을 매수하기가 훨씬 쉽다"면서 "만일 온라인 투표가 중요한 선거에 도입될 경우 과거 비밀선거가 도입되기 전인 1800년대 말처럼 엄청난 부정선거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전국단위 공직 선거에서 온라인 투표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에스토니아는 지난 2014년부터 선거자동화 분야 글로벌 기업인 스마트매틱과 공동으로 선거관리를 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미시간대학 연구팀은 에스토니아 유권자들의 개인 컴퓨터가 악성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언제든 해킹의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다며 온라인 투표 폐지를 권고하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