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고흥군은 최근 바이오매스 발전소 사업을 접었다. 경기 포천시가 추진한 광역화장장 건설사업은 무산됐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발전, 필수시설 등의 이유로 추진했지만 민원에 밀려 좌초하거나 갈등 끝에 접은 사업들이다.

강력한 추진력이 있는 정부나 광역 지자체와는 달리 힘이 부치는 시군은 필요한 사업임에도 지역주민의 반발 앞에는 사업 추진이 보류나 재검토 등 제동이 걸리기 일쑤다.

또 선거에서 나온 공약이 현안으로 대두되는 과정에서 실현 가능성 여부가 잘 걸러지지 못한 점도 중도포기의 한 원인이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고흥군이 목질계 바이오매스 발전소 사업을 포기한 것은 이 같은 현상의 대표적인 사례다.

목질계 바이오매스 발전소는 산림사업 부산물과 폐가구 등을 태워 전기를 생산한다.

고흥군은 발전소 건립으로 지역 전력 수요의 60%가량을 생산할 수 있고 지역에서 생산하는 우드 칩도 연간 10만t을 소비할 수 있다며 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했다.

사업비 2천억원짜리 발전소 건립사업은 별 차질 없이 추진되는 듯 했지만 지난 6월 환경오염을 우려하는 반대에 부딪혔다.

고흥군은 환경오염의 근거가 희박하다며 주민을 상대로 발전소 견학과 설명회 공청회 등을 추진했지만 반대여론을 잠재우지 못했다.

결국 박병종 고흥군수는 성명서 뒤 사업포기를 선언했다.

박 군수는 발전소 건립의 필요성과 무해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하긴 했지만 주민이 반대해 사업을 취소한다고 토로했다.

강원 원주시의 문막 고형폐기물연료(SRF) 열병합발전소 건립사업도 환경·건강 위해성 논란과 함께 주민 갈등으로 비화했다.

원주시가 2017년 완공 계획으로 추진 중인 SRF 열병합발전소는 반계산업단지는 물론 화훼특화관광단지에 열을 공급하려는 집단에너지사업이다.

문막읍 일대 293만㎡ 터에 1천700억 원을 들여 화훼특화관광단지도 함께 조성한다.

화훼생산에는 열이 필요하고, 열 공급 가격이 낮으면 화훼특화관광단지의 사업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원주시는 2011년 업체를 선정하고 발전소 건설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하지만 엄격한 환경기준과 오염물질 발생량, 건강 위해성 등에 대한 검증이 없다며 반대여론이 나오자 사업은 공전하고 있다.

지역주민에게 꼭 필요하더라도 우리 땅만은 기피시설이 안된다는 님비현상도 여기에 한몫하고 있다.

경기도 포천시가 야심차게 추진했다가 백지화한 광역화장장 건설사업이 그 예다.

광역화장장 건설사업은 국비와 지방비 등 모두 1천349억원을 들여 영북면에 화장로와 봉안당, 자연장지를 갖추는 사업이다.

경기 북부에는 고양시 서울시립승화원이 있으나 고양.파주 주민 외에는 이용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경기 북부지역 주민은 대부분 성남·수원, 멀리는 강원도의 화장장을 이용하는 등 불편을 겪었다.

포천시는 이를 고려해 친환경 시설로 광역화장장을 지어 주민 불편을 해소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도 꾀했다.

2011년 포천시와 남양주·구리·가평·의정부·양주·동두천, 강원 철원 등 모두 8개 시·군이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그러나 관광지 입구에 화장장을 설치하는 것은 부적절하고 재원조달 방안이 불분명하다며 시의회가 동의하지 않아 사업이 무산됐다.

결국 모두에게 필요하지만 우리는 안된다는 주민 반대가 시의회를 움직여 발목을 잡은 셈이다.

인천 송도 LNG(액화천연가스)기지 증설사업도 주민 반발 때문에 3년째 지연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2019년 10월 완공을 목표로 현재 20만㎘ LNG탱크 20기를 23기로 증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이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증설에 반대하고 있다.

연수구도 주민의견 수렴이 부족하다는 이유 등으로 작년 7월 이후 건축허가 신청을 8차례나 반려했다.

이처럼 지역과 지자체가 꼭 필요로 하는 사업임에도 이해관계에 얽힌 지역민이나 지방의회의 반대에 부딪혀 지역 현안이 좌초되는 현상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사업 추진 전이나 추진 과정에서 해당 사업에 대한 필요성 등을 좀 더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사전에 이해와 동의를 구하는 절차가 더욱 절실하다는 의견이 많다.

선거 과정에서 공약으로 제시된 사업들에 대한 실현가능성도 사업 추진 전 지자체의 세밀한 사전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천성권 광주대 교수는 25일 "선거를 앞두고 입후보자들이 매니페스토 선언도 하지만 그때 당시 공약 자체가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잘 걸러지지 못해 이런 일이 발생한다"며 "선거를 앞두고 시민단체나 언론이 후보들의 공약을 꼼꼼하게 검증해서 유권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