孫, 이달말께 강진 칩거 정리 수순 밟을 듯

야권 잠룡으로 꼽히는 단체장들의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8·27 전당대회 이후 조기에 불붙은 대권경쟁에 기름을 더하고 있다.

추미애 대표가 당헌당규에 따라 '내년 상반기내 대선후보 확정'이라는 시간표를 재확인한 가운데 지자체에 몸이 묶여 있는 단체장으로서는 한시가 더 급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이들 단체장들은 조기경선 방침에 문제를 제기하며 이후 룰 협상 과정에서 경선 연기를 주장한다는 방침이지만, 일단 발걸음을 재촉하며 레이스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정계복귀가 '상수'로 떠오른 가운데 이달 중순 전남 강진에서 사실상의 '고별 강연'을 갖고 하산 채비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져 지형 재편에 가져올 파장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6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권력의 본질은 책임"이라며 "지금은 아름다운 말보다 두려움 없는 행동과 실천이, 정치적 유불리에 대한 계산보다 가치에 대한 헌신이, 적당한 흥정보다 용기와 치열한 결단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의 '혁명적 변화'를 위해 역할을 다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이 시장은 특히 "광주는 저의 사회적 삶을 시작하게 된 곳이다. 광주민주항쟁의 진실에 눈뜨면서…(중략)…잘 먹고 잘 사는 개인적 삶을 희구하던 제가 공리를 생각하는 '혁명적 변화'를 시작하는 순간이었다"라며 야권의 심장부인 '광주'를 언급했다.

북미를 순방 중인 박원순 서울시장은 5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뉴욕 한인회관에서 열린 교민·유학생 간담회에서 내년 대선 출마 질문을 받고 "내년 대선이 정말 중요하다"며 "어지럽고 도탄에 빠진 나라를 구하기 위해서는 정권교체가 답"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 상황에 대해 "시대를 교체하고, 미래를 교체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대선 출마와 관련, "왜 고민이 없겠느냐"면서도 "더 얘기하면 서울에 있는 신문 1면에 톱으로 나올 수 있다"는 그의 말대로 직접적 답은 피했지만 대권 도전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일 페이북글을 통해 사실상 대선도전을 공식화한 안 지사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특별지방 행정기관의 지방이양' 토론회에 참석, 중앙무대에서의 보폭 확대를 이어갔다. 다만 기자들과 만나 "이는 도정 업무의 연장"이라며 "대선에 도전하는 후보자가 될 것을 공식 선언하고 활동하게 되면 그 때 부터 대선행보로 이해해달라"며 속도조절에 나선 듯한 모습도 보였다.

추미애 대표는 행사 인사말에서 안 지사를 '떠오르는 스타'로 칭하며 "보기만 해도 기분 좋은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다. 안 지사는 행사 전 자신의 싱크탱크인 더좋은민주주의 연구소 이사장을 지낸 정세균 국회의장과 차담을 갖기도 했다.

이들 단체장들에게는 무엇보다 경선시기가 예민한 문제이다.

현행 선거법에 따르면 4월 재보선 날짜보다 한달 이전에 단체장들이 사퇴할 때에만 선거를 치르도록 돼있다. 이 때문에 조기 경선으로 단체장 사퇴시점이 3월 이전으로 당겨지면, 4월에 그 자리를 두고 재보선이 치러지는 부담을 안게 된다.

직을 유지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할 뿐더러 경선 시기가 앞당겨지면 후발주자로서 '준비 시간'이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게 이들의 고민이다.

박 시장측과 안 지사측 모두 하반기 경선을 주장하고 있다. 다만 안 지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에서 여러 당원들과 전략을 세우며 일정을 조율하지 않겠는가"라며 "당헌에 나온 규정과 흐름대로 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을 아꼈다.

이 시장은 이날 올린 트위터 글에서 경선시기와 관련, '상당한 사유가 있으면 당무위 의결로 재조정할 수 있다'는 당헌 단서 조항을 들어 "당헌에 6개월후에도 할 수 있다. 누군가에 압도적 유리한 상태에서 들러리를 요구하면 누가 참여할 것이며 뻔한 경선을 한다 해도 컨벤션효과는 기대 못한다"며 "상대에게 불공정한 게임을 요구하는 건 '노무현 스타일'이 아니다. 내가 아닌 우리가 이겨야죠?"라고 조기경선론에 반발했다.

정계복귀 시기만 남은 손 전 대표는 오는 20일 전남 강진아트홀에서 열리는 '다산강좌' 초청 강사로 나서 특강을 할 예정이어서 2년여의 '강진 칩거'를 대외적으로 정리하는 선언의 자리가 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손 전 대표의 '하산' 시기는 '9월말-10월초'로 거론되는 가운데 당분간 평당원으로서 더민주 당적을 유지하되 당과는 거리를 둔 채 제3지대에 머물면서 대국민 행보로 공간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국민운동체 결성 등도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