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도 적극적 행보…김무성 오세훈은 비교적 '조용'

이상할 정도로 잠잠했던 새누리당의 대권 잠룡들이 서서히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유력 주자들이 넘친다는 평가를 받는 야권의 기세에 눌려 위축된 듯했던 여권의 잠룡들이 최근 국가적 이슈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새누리당의 대권 경쟁에도 불이 붙기 시작하는 모습이다.

특히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모병제, 수도 이전, 대학 입시 등 예민한 문제들에 대해 거침없이 의견을 밝히는 잠재적 주자들이 하나 둘 늘어가면서 여권이 오히려 야권보다 더 빨리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치권에선 여권 주자들이 현재까지 야권에 비해 열세인 것은 사실이지만, 국민이 실제 원하는 민생 이슈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며 해답을 찾는 모습을 보인다면 전세를 뒤집을 확률도 없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권 어젠다 경쟁의 선봉에 선 잠룡은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다.

유 의원은 7일 한림대 강연을 통해 교육, 국방, 사법 개혁, 경제, 정치 개혁 등 사실상 모든 분야에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밝혔다. 대선 후보 공약 발표를 방불케 해 사실상 대선 출마 의지를 공식화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특히 유 의원은 여권 핵심부에서 부정적인 공수처를 신설해야 한다는 생각을 과감하게 밝혔다. 또 남경필 경기지사 등이 추진 의사를 밝힌 모병제 도입에 대해서도 "정의롭지 못하다"고 반대했다.

무엇보다 유 의원이 유권자에게 가장 민감한 이슈인 대학입시 제도의 '대수술'을 주창해 주목된다. 수많은 방식으로 알 수 없게 꼬아놓은 대입 수학능력시험 수시모집 전형을 개혁하고 자립형사립고와 외국어고를 폐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남경필 지사의 행보 역시 유 의원 못지않게 적극적이다.

남 지사는 자신이 추진 중인 모병제에 대해 잠재적 경쟁자인 유 의원이 직격탄을 날리자 곧바로 공개 토론을 제안했다. 유 의원이 화두로 꼽은 '정의'에 대해서도 논쟁하자고 했다.

앞서 남 지사는 '모병제희망모임' 창립을 주도하고 지난 5일 국회에서 토론회를 열어 모병제 공론화에 착수했다. 그는 모병제가 공정성과 안보를 담보할 수 있으며, 일자리 창출의 시대 정신을 실현할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남 지사는 또 개헌과 함께 수도를 세종시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김문수 전 경기 지사도 인터넷 방송인 '김문수TV'를 통해 현일 각종 현안에 대한 견해를 밝히며 대선 국면을 향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김 전 지사는 지난 4일 '김문수TV'에서 최근 청와대와 정부의 행보를 비판하면서 공수처 신설을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여권 잠룡 가운데 공수처 신설에 찬성한 것은 김 전 지사가 처음이고, 유 의원까지 여기에 가세하면서 공수처 도입 문제는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쟁에서 최대 쟁점으로 부상할 조짐이다.

여권의 현업 정치인 가운데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랫동안 1·2위를 달려온 김무성 전 대표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이들과 비교해 다소 느긋하고 조용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 전 대표는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아직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것은 물론 공수처 신설을 비롯한 예민한 대형 이슈에 대해서는 구체적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여권 안팎에선 김 전 대표가 적절한 타이밍을 계산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오 전 시장은 최근 자신의 지역구인 종로구에 '공생 연구소'를 열고 각종 정책을 구상하고 있다.

공존과 상생을 시대 정신으로 각 분야에 걸친 정책을 만들고 있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일단 추석 연휴를 전후해 저서 '왜 지금 공생인가'를 출간해 정책의 얼개를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새누리당 밖에서 '새한국의 비전'이란 연구단체를 이끌고 '제3 지대론'을 주창하며 대권행을 모색하고 있다.

정 전 의장은 늘푸른한국당 창당을 추진 중인 이재오 전 의원과 연대해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트레이드 마크'로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원희룡 제주지사, 원유철 정우택 의원 등도 언제든 대선 이슈 경쟁에 뛰어들 후보군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