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8일 사흘째 국정감사를 거부하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새누리당에 맞서 강경 태세로 맞불을 놓고 있다.

새누리당이 정세균 국회의장에 대한 사퇴촉구 결의안과 징계안을 제출하고 이정현 대표가 단식농성을 거둬들이지 않는 데 더해 이날 국회에서 대규모 규탄 결의대회까지 예고하자 더는 지켜만 볼 수 없다며 부글부글 끓고 있다.

야당만의 반쪽 국감을 진행하면서 새누리당의 복귀만을 조용히 기다렸던 더민주의 인내가 임계치에 다다른 기류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당장 더민주는 새누리당 규탄 의총을 열어 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본격적인 행동에 나섰다. 더민주는 결의안에서 "새누리당의 의회민주주의 파괴행위가 도를 넘었다. 배후엔 청와대가 있다"며 "해임안을 부정하는 불통과 독선이야말로 정국혼란의 주범으로, 정권의 부패한 민낯을 가리는 '부당이득'도 챙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조속히 국회를 정상화해 정국을 타개하고 국가적 과제 해결에 힘을 모아야 한다"며 대통령의 해임건의안 수용과 새누리당의 국감 복귀를 촉구했다.

의총에서는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싸잡아 비난하면서 '참을 만큼 참았다'는 의원들의 격앙된 목소리가 쏟아졌다.

남인순 의원은 "야당의원들이 국민의 가려운 곳을 긁고 나라가 나가야 할 방향을 지적하면서 열심히 국감에 임했다"며 "지진과 북핵, 청년실업 등 여러 문제가 있는 상황에서 집권여당이 이렇게 무책임한가"라고 비판했다.

고용진 의원은 "이 모든 상황이 기획되고 있다"며 "박정희 대통령은 해임건의안을 받아들인 1년 뒤 유신체제로 들어가고 국감을 폐지했다. 지금 박 대통령이 손에 총을 들고 있다면 비슷한 행태를 보이지 않겠느냐"고 비판했다.

한정애 의원은 "새누리당이 말하던 게 무노동 무임금이다. 국감에서 일하지 않은 것에 대해 금액을 정리해 좋은 일에 쓰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비꼬았다.

원내 지도부의 강한 대처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영진 의원은 "우상호 원내대표가 너무 부드러운 것 같다. 강력한 대응책이 필요하다"며 "지금은 강온전략 중 강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더민주 의원들은 의총 직후 백남기 농민 빈소에 단체 조문했다.

당 지도부는 민생 챙기기 행보를 더 부각하는 모습이다. 새누리당의 '민생 포기' 행보와 대비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추미애 대표는 전날 쌀값 폭락 문제로 시름에 잠긴 '농심'을 파악하러 전북 농가를 방문했고, 이날 최고위원회의도 정치 공세보다는 전기료 대책에 집중했다.

강경 대응을 요구하는 적지 않은 당내 목소리가 표면화한 만큼 지도부로서도 고민이 적지 않다. 물론 마냥 강한 스탠스만을 유지할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속히 출구를 찾아 민생 국감을 진행해야 한다는 원칙과 대의가 자리 잡고 있어서다.

하지만 새누리당과 물밑 접촉을 시도하면서 국면 타개를 시도하고 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는 상태다.

우 원내대표는 취재진에게 "어제 정세균 의장이 유감 표명을 하는 쪽으로 합의를 시도해봤는데 새누리당이 대표 단식과 규탄대회 등을 포기 못 하겠다고 했다"며 "여당 태도가 너무 완강해서 대화 분위기 조성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 대표의 단식이 모든 대화를 끊었다"며 "집권당 대표의 태도 변화 없인 협상할 수 없는 분위기"라고 답답한 속내를 비쳤다.

원내 지도부는 일단 이번 주까지 최대한 협상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새누리당이 당 대표 단식이라는 '빅카드'를 내민 상황에서 출구 모색이 쉽지 않지만, 현재의 파행 국면을 이어갈 수 없다는 야권의 인식에는 이견이 없기 때문이다.

만일 이번 주까지도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을 경우 당 지도부로서도 강온책 병행이 한계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