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30일 동북아역사재단, 한국학중앙연구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이기동 신임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이 제주 4.3 사건에 대해 "남로당 몇몇 사람들 때문에 휩쓸린 것"이라고 발언해 논란이 벌어졌다.

이날 교문위 국감은 새누리당 의원들이 불참한 채 닷새째 야당만의 '반쪽' 국감으로 진행됐다.

국감 도중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의원은 제주 4·3 사건에 대한 이 원장의 견해를 물었고, 이 원장은 이에 "(사건의) 발단은 남로당 제주지부 몇몇 사람들 때문에 이분들(주민들)이 휩쓸려 들어간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오 의원은 "어떻게 무참하게 희생된 양민들이 공산당 폭도에 의해 희생당했다고 주장할 수 있느냐"며 "저의 할아버지도 증조부도 그렇게 희생당했다. 당장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이 원장은 "제 말은 1만명 이상의 희생자가 한 줌도 안되는 사람에 의해, 섬이라는 특수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것"이라며 "그런 상황에서 희생당한 것이 물론 아까운 마음이어서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 의원에게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제주도민들께도 제 발언으로 상처를 건드린 것에 대해 제가 깊이 용서를 빈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그렇게 사악한 인물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더민주 안민석 의원은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4.3 희생자를 공산주의자들로 오인할만한 발언을 한 것에 대해 공식 입장표명이 있어야 한다"고 재차 추궁했다.

이 원장은 "아까는 사건의 발단만 얘기하다 보니 오해를 초래했다. 당시 결과적으로는 잔인한 양민학살로 귀결됐다"며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다음 질의에서 같은당 유은혜 의원이 "신임 연구원장 내정 과정에서 외부의 실력행사가 있지 않았느냐"는 취지의 질의를 하자, 이 원장은 "그런 것이 없다. 당사자인 내가 가장 잘 알지 않느냐"며 흥분하면서 고성을 질렀다.

유 의원이 이에 대응하려 하자 이 원장은 "화장실이 급하다"며 갑작스레 회의장을 빠져나가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더민주 신동근 의원은 이 원장이 화장실에 가서 "파랗게 젊은 애들하고는 못하겠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면서 해명을 요구했다.

이 원장은 이에 대해 "그런 말은 안했다. 사람이 많이 몰려드니까 제지하면서 왜 이러는 것이냐는 얘기는 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지자 유성엽 교문위원장은 정확한 경위 파악이 필요하다며 정회를 선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