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순(당시 외교통상부장관) 회고록이 한국정계를 온통 벌집 쑤셔놓고 있다.

지난 노무현 정부시절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 과정에서 북한의 의견을 물어본 뒤 기권했다는 송민순 자서전 내용은 일파만파 정치권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집권여당은 “북한과 사전 논의한 후 기권을 했다면 이는 매우 중대하고 심각한 충격적인 일"이라는 비난이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나라를 배신(?)한 행위인 것처럼 색깔론에 톤을 높여가며 공격수위를 높이자, 야당은 일제히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을 덮기 위한 ‘색깔론 꼼수’라며 반격에 나선 상황이다.

문제는 여야 모두 사건 진실의 본질을 들여다보지 않은 채, 상호 색깔론으로 기선 제압하겠다는 정쟁이어서 자칫 전 현직 대통령 ‘흠집 내기’ 싸움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즉 야당을 겨냥한 여당의 정치적 공세가 전 노대통령에게 비수(?)를 날린다면, 야당도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의 (2002년) 면담기록을 갖고 진흙탕을 만들겠다는 태도다.

결국 여야 모두 이번 사건을 둘러싸고 ‘마녀 사냥’식 정치적 대립으로 치닫는 막장드라마로 향할 경우, 폭로전과 비방전으로 얼룩지는 참담한 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여야의 극한대립은 결국 입에 담지 못하고 있지만, 여당이 바라보는 야당은 ‘빨갱이’라는 말을 차마 쏟아내지 못할 뿐 그 정도로 비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상황이다.

작금의 이 같은 예민한 상황에서 여야 누구하나 말을 심하게 내뱉을 경우, 그야말로 여야대립은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난투극이 예상된다.

과연 송민순 회고록을 둘러싼 진실의 실체는 무엇일까. 과연 그가 의도하는 요구는 어디에 있는가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송 전 장관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며 “책 내용은 사실 그대로”라고 밝혀 문제점이 있다는 시사성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이번 사안은 송 전장관이 당시의 문제점을 재론했다는 것 자체가 여야정쟁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실제 의도(?)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