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미 국회 예산결산특위 위원장은 "여야 누구도 일방적으로 승자가 될 수 없습니다. 종합예술을 통해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합니다"라며 여야 간 극한 대치를 경계헀다.

"여야 누구도 일방적으로 승자가 될 수 없습니다. 종합예술을 통해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합니다."
김현미 국회 예산결산특위 위원장은 23일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앞두고 이 같이 말했다.

이번 정기국회의 예산안 심사를 놓고 여야 간에 극한 대치가 벌어질 가능성을 경계하는 언급이다.

국회 선진화법이 시행된 지난 2년간은 법정 처리시한인 12월 2일이 되면 정부 원안이 본회의에 자동 부의돼 야당은 수정안에 합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4·13 총선을 거치며 여소야대 정국이 조성된 터라 야당이 선선히 여당과 합의할 지는 두고볼 일이다.

김 위원장은 야당이 주장하는 법인세 인상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번 예산안 심사의 기조로 내세운 '따뜻한 예산'에 대해 "청년들에게 공공부문 등에서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이를 위한 세수 확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김 위원장은 정세균 국회의장이 예산 부수법안을 지정할 때 협의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답을 피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내년도 예산안에는 여야 간 몇년 간 양보없는 대치상황을 이어 온 누리과정(3∼5세) 예산 문제에 대한 해결 의지를 보였다.

이를 위해 여야 3당이 누리과정 예산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합의한 3당 정책위의장과 기획재정부 장관, 교육부 장관으로 구성된 '5자 협의체'를 당장 개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김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예산안 심사 기조는
▲ 따뜻한 예산안이 처리되도록 하겠다. 청년 일자리 문제와 교육과 보육 등에서 가능한 한 많은 예산이 확보돼야 한다. 청년들을 위해 공공부문의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들려면 세수 확보도 필요하다. 청년들이 결혼도 하고 애를 낳아야 저출산·고령화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 여야 간 대치 정국이 가파르게 형성돼 있는 데다, 예산안과 부수법안에 대한 입장차가 워낙 커 법정 처리시한을 훌쩍 넘겨 처리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여소여대와 국회 선진화법이 만나는 첫해다. 어느 쪽도 일방적으로 할 수 없다. 감액은 국회가 할 수 있지만 증액은 정부가 동의해야 할 수 있다. 정부 원안은 야당이 동의 안해서, 야당의 수정안은 정부가 동의 안 해 통과될 수 없는 구조여서, 정부·여당과 야당이 어떻게 하든 합의해야 한다. 지금 정치적 상황까지 복잡하지만, 종합예술을 통해 풀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정부에선 벌써 준예산을 준비한다거나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솔솔 흘러나온다. 이건 협박으로, 우리나라 역사에 대통령이 예산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적도 없다. 서로 협치를 말로 할 게 아니라 서로 존중하고 수정안을 만들기 위한 종합예술을 해야 한다.

-- 야당이 증세안을 담은 법인세법 및 소득세법 개정안을 제출했고, 정세균 국회의장이 이를 예산 부수법안에 포함시킬 지 관심사인데.

▲ 정부의 예산 부수법안에선 3천억원 정도의 세입만 늘어나게 돼 있는데, 이번에도 27조원의 적자국채를 발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금처럼 예산안과 세법을 마련하면 쓸 곳에 못 쓰고 나랏빚만 늘어나게 된다. 2012년 이후 법인세수는 제자리걸음하고 소득세수는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결과적으로 월급쟁이의 유리지갑은 더 얇아지고 대기업의 사내유보금만 늘어났다. 이명박 정부에서 깎은 법인세를 원상회복해야 한다. 정부·여당은 책임있게 세입문제에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 누리과정 예산 문제로 여야가 격돌할 것으로 보이는데.

▲ '5자 협의체'가 아직도 한 차례도 열리지 않고 있다. 당장 가동해도 시간이 촉박하다. 이번주에 가동해서 논의를 시작해 누리과정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

-- 기획재정부는 '쪽지예산'에 대해 김영란법 위반이라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는데.

▲ 엄밀히 말해 쪽지예산은 몇 년 전에 없어졌다. 상임위와 예결위 단계에서 논의 테이블에 올려진 항목들이 결국 증액된다. 다만, 정식 회의가 없는 지금까지의 증액심사 시스템이 김영란법에 어긋날 수 있는데, 소위나 소소위를 열어 증액심사를 하면 된다. 그런데 기재부가 마치 의원들이 공무원들에게 불법적이고 탈법적으로 로비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굉장히 기분 나쁘다. 의원으로서 모욕당하는 느낌이다.

-- 야당 일각에선 정치현안과 예산안을 연결지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데.

▲ 정부·여당이 털 현안은 털어야 한다. 지금 너무 그냥 뭉개고 가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 대통령 사저 예산이 국정감사 기간 논란이 됐는데.

▲ 엄밀히 경호동 예산인데, 기재부에선 충분치 않다고 한다. 퇴임한 대통령 경호는 당연히 국가가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증액 요청이 들어오면 합리적으로 응해야 한다고 본다.

-- 야당에선 이미 아동수당법을 발의했고, 여당 내에서도 아동수당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기도 하는데.

▲ 민주당의 정책이기도 하데, 이번 예산안에 담을 수 있는지는 검토해야 한다.

-- 민주당이 호남 민심을 회복하기 위해 만든 호남특위의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데.

▲ 호남은 수십년 간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했다. 이에 대한 굉장한 분노가 있다. 소외와 차별을 받았던 호남이 정상적으로 자기발전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도 호남 예산에 대해 신경 쓴다고 했으나, 여야가 경쟁적으로 호남 예산을 챙기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