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씨 연계된 유례없는 국정농단에 대한 책임조치로 국무총리의 국회추천을 해법으로 내놨다.
하지만 야당은 물론이고 언론, 심지어 새누리당 내부 조차도 이 조치가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될 것이란 분석을 내놓는 곳이 없다.

대한민국 정부가 출범한 이후 많은 국민들이 직접 대규모 시위로 대통령의 퇴진을 말한 경우는 이번까지 세번이었다.
첫번째 3.15부정선거의 주역 이승만 전 대통령이고, 두번째는 광주시민항쟁을 유혈로 진압한 전두환 전 대통령이다.

그리고 세번째가 최순실발 국정농단으로 얽힌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퇴진요구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교수진이 하야를 요구하며 거리에 나오자 바로 하야성명을 내고 퇴진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집권내내 학생과 시민단체의 퇴진요구를 받았다. 그럼에도 종신대통령제를 담은 4.13호헌을 발표했다가 이후 6.10국민항쟁을 만나 대통령직선제를 수용하고 이후 자진해서 은거하는 대통령이 됐다.

선거권력이건, 쿠데타 권력이건 국민의 하야와 퇴진요구에 저항한 권력자는 있어도 끝내 물러나지 않은 권력자는 없었다. 불응하고 싶어도 불응할 수 없는 도도한 국민의 요구가 있었고, 무엇보다 국민지지가 사라진 권력에서 통치권이 발동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국회추천 총리 임명을 카드를 내민 것은 그런 점에서 국민의 분노와 상심, 불신을 치유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조치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박대통령이 직접 2선후퇴를 얘기하지 않더라도 총리가 조각권을 포함, 전권을 행사하며 내치를 맡고 자신은 백의종군의 자세로 외교와 국방의 외치를 맡겠다는 발표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 조치정도가 있어야 국민의 분노를 그나마 달랠 수 있고 야당과도 향후의 정국을 풀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주변의 많은 언론인들도 이 정도 선의 출구전략이 나오길 기대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이번 국회의장실에 국회추천 총리임명을 불쑥(?) 던지고 떠난 박대통령의 행보를 볼때 아직도 통치권력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고 이를 어떻게든 관철하려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권력무상을 아직도 느끼지 못하는 대통령에 연민이 들기도 한다. 물러났던 이승만 전 대통령도, 전두환 전 대통령도 국민의 분노앞에 섰을 때 처음엔 다 그런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국민들이 어떤 행동으로 화답할지, 아마도 박 대통령이 원하는 방향과는 반대쪽일 일 것이라는 점은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더군다나 최순실 정호성 안종범등 최측근들 조차 대통령의 세밀한 지시로 금명의 사태가 진행됐다고 토로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정상적인 국정운영을 그리는 대통령의 꿈은 그래서 안타까운 미몽(迷夢)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