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이란 말이 있다.

'백성의 신뢰가 없다면 나라가 설 수 없다'는 말로 공자와 제자 자공의 대화를 담은 논어 ‘안연편'에 나오는 말이다.

자공이 "정치가 무엇입니까"라며 공자에게 물었다. 공자는 "식량을 풍족하게 하고, 군대를 충분히 하고 백성의 신뢰를 얻는 일이라”라고 답했다.

자공이 "어쩔 수 없이 한 가지를 포기해야 한다면 무엇이 먼저입니까"라고 다시 물었다. 그러자 공자는 "군대를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공이 이어 "나머지 두 가지 가운데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무엇입니까"라고 재차 질문했다.

이에 공자는 식량을 포기해야 한다면서, “자고로 사람이 모두 죽음을 피할 수 없듯이, 백성의 신뢰 없이는(나라가) 서지 못한다”고 답했다.

정치는 군대와 식량도 필요하지만 백성의 신뢰야말로 나라를 유지하는 첫번째 요소임을 강조한 것이다

반대로 정치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 흩어져 있던 백성이 모이고,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식량(경제)과 군대가 만들어지게 되니 정치와 권력의 존재와 관련한 명쾌한 해석이라 하겠다.

소위 '최순실게이트'에 박근혜 대통령이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정황으로 그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국민의 실망은 들불처럼 분노로 번졌다. 단군이래 최대인파가 모여 '대통령퇴진'를 외쳤다. 뿐만아니라 20여개국 160개 도시의 교민들까지 거리로 나오게 했다.

신뢰를 잃은 정치가 설 곳이 없듯, 신뢰를 잃은 대통령도 설 자리가 없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민심의 파도는 급기야 국회로 하여금 대통령 탄핵을 강제해 냈다. 새누리당내 비주류가 '4월퇴진론'으로 피해보려 했지만 피하지 못할 만큼 강렬했다.

내일의 대통령탄핵 표결은 국민들이 신뢰를 거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국회가 이를 추인하는 절차라고 볼 수 있다.

탄핵의 가결되건 부결되건, 다시 신뢰를 찾을 수 없는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의 상태라는 점이 더 안타깝다. 정국의 불안정 요소는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뢰를 잃은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얼마 전까지 많은 신뢰를 보낸 국민들에게 마지막 선물을 해야 한다.

대통령의 마지막 임무는 "이제 더이상 할말이 없다"는 나르시시즘이 아니라 진심으로 반성하는 고해성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