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정 설날이 좋은 이유는 가족이 다 함께 모여서다. 반대로 싫은 이유는 가족이 함께 모이면 간혹 다툼 때문이다. 돈이 많고 적고, 직위가 높고 낮은데서 오는 가족 간 빈부 비교 격차의 심기가 불편해서다.

또 남편 집 식구들은 일손 놓아도 괜찮다. 반면 며느리가 일손 놓으면 지탄의 대상이다. 그래서 가끔 부인과 본가 식구들과 언쟁을 벌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며느리는 가정부고, 딸들은 손님이다. 내 딸은 귀해야 되고 며느리는 안 귀해도 된다는 게다. 이런 관습의 모순이 설날 때 가정불화의 우선순위다.

부모 집에는 값비싼 물건을 사간다. 장모 집에 갈 때는 다소 싼 물건을 사간다. 왜 그래야 하는지 남존여비(男尊女卑)의 관습이다. 그래서 설날은 청춘남녀는 좋고, 기혼남녀는 싫은 이유다.

정치권도 좋고 싫은 게 확연하다. 설날에 휴식 취해서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초선 재선 의원들은 윗선에 눈도장 찍느라 발이 퉁퉁 부을 정도다. 인사 안 다니면 한해가 어렵다(?)는 게다.

게다가 설날 답례품 돌려야지, 지역구 불우이웃도 챙겨야 한다. 이래저래 품의유지 의정활동비 대느라 허리가 휠 정도다. 유명세 의원은 이정도 돈이야 껌 값이지만 대부분 자금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정부도 똑 같다. 설날에 꼭 터지는 사건 때문에 좌불안석(坐不安席)이다. 혹여 사건에 늦장 대응이라도 하는 날엔 자칫 설에 옷을 벗어야 하기 때문이다.

소방서, 경찰서, 철도, 항만, 병원 등등 설날에도 쉬지 못하는 이들에겐 설이 싫다. 남들 쉴 때 일하고, 남들 일할 때 쉬어야 하기 때문이다.

30대 초반 하급직 공무원들은 설에도 사건 사고 터질까봐 집에서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는 게다.

술집은 대목이라 좋을 것 같지만 생각 밖이다. 평소와 달리 단골손님 아닌 뜨내기손님으로 이익은 없고, 자칫 지나친 음주로 고성방가(高聲放歌)로 애를 먹는 게 일 쑤다. 고향 못간 돈 없는 설음이 한잔 술에 녹아있기 때문 아닌가.

구정 설날에도 장사하는 이들이 예상외로 많다. 구정에 대목을 보겠다는 기대감이다. 하지만 본가나 처가도 가지 못한 채 장사하는 마음은 오죽 하겠는가. 그래서 설날이 좋지만은 않다.

설날 차례도 아비규환(阿鼻叫喚)이다. 길게 늘어선 도로에 차량물결은 새벽에 떠나야 한 밤중에 돌아올 정도다. 실제 차례 지내는 시간은 허둥지둥 급히 끝내고 귀환 길에 나서야 할 판이다. 한해 농사(?)짓는 마음은 좋지만 몸은 고단하다.

꼭 설날에만 차례를 지내야 효도하는 것인지 젊은 세대들은 꼬집는다. “평일에 월차내서 가면 안 되나요” 그들 말이 틀린 말 아니다.

하지만 이 논리를 따랐다가는 현 시대에는 불효막심한 자식으로 찍힐 게 뻔하다. 그래서 설날에는 할 말도 많고 의문도 많고 이로 인한 가족 간 불화로 아픔도 맛봐야 하는 게 현실이다.

설날은 돈이며 권력이며 선물이며 자랑이며 다 접어두고, 모두가 웃고 즐기고 내가 먼저 챙겨주고 일 거들어 주는 스마일 할리데이(Smile holiday)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윤동승 주필 이력
-前 전자신문/뉴미디어 데스크
-前 일간공업신문 부국장
-前 전파신문 편집국장
-前 일간정보(IT Daily) 편집국장

-前 텔슨정보통신 상임고문
-前 중국과학원 자동화연구소 고문
-前 중국 허베이성 창저우시 국가경제 고문
-前 중국 허베이성 경제수석(경제특보)
-前 중 다롄시 ‘IT산업촉진발전공작위원회’ 부주임

-前 박근혜 한나라당 대통령 경선 후보 IT특보
-前 ETRI 초빙연구원
-前 파워콜 회장

-現 The Radio News 편집인/주필
-現 (사)한국방송통신이용자보호원 수석부회장
-現 (주)DMBRO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