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금지법(김영란법)을 둘러싼 정부와 국민권익위원회간 의견 상충은 그야말로 고질적인 ‘한국병’이라는 시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이른바 '3·5·10' 규정을 개정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에 국민권익위원회가 전원위원회를 열어 개정안을 부결시킨 것은 아직도 국민편의 주도의 실생활을 고려하지 않은 일종의 아집(?)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김영란법은 시행 이후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고, 실제 이 법에 따라서 적용하는 예가 사실상 국민차원에서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모두가 잘 알고 있다.

결혼축의금과 조의금을 일정금액으로 제한한 것과 식사비용과 선물비용을 정부가 법적으로 묶은 것이 마치 70년대 장발단속과 미니스커트 길이를 줄자로 재던 ‘그 때를 아십니까’ 영상물을 연상케 하고 있다.

김영란법 이후 농축수산인과 화훼농가가 소비 위축에 따른 매출감소 애로를 호소했고, 내수경기가 추락하는 바람에 자영업자들의 생계가 더욱 어려워지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이런 실정에 김영란법 수정 필요성이 시회전반에 걸쳐 요구됐고, 이를 개정하려는 정부 움직임에 토를 단다는 자체가 마치 정치권의 모습과 다를 바가 없다는 점이다.

법 자체가 국민들의 편익을 위해 제정돼야 하는데도 아직도 우리사회 곳곳에서는 ‘반대를 위한 반대’의 정치적 이분법이 활개를 치고 있다는 점은 불행한 일이다.

정치권이든 사회여론단체든 항상 반대를 위한 반대를 유도하는 이들이 있다.

물론 이들의 주장에는 항상 이유가 있다. 늘 주장 속에는 생각지도 못한 다른 각도의 저항을 내뿜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법은 국민들의 편의를 위해 제정돼야 하는 것만큼 5천만 국민들의 여론을 중시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그 것이 ‘3·5·5’든 ‘3·5·10’이던 간에 숫자는 별 의미가 없다고 본다.

김영란법의 본질은 부정부패 및 비리를 막기 위한 것이다. 돈이나 선물, 축의금과 조의금을 빌미로 대가성 사회를 정화하는 작업에서 이뤄진 것이다.

그러나 이를 마치 ‘솔로몬 지혜의 법’ 마냥 최고로 알고 덜컥 시행했다가 많은 문제점을 드러낸 제도임에는 틀림없다.

무슨 법이든 국민생활 편익을 저해해서는 인된다. 김영란법도 이를 생각하지 못한 채, 정치권의 여야 의원들이 앞뒤 안 재고 무턱대고 법안을 통과시킨 것 자체가 문제였다.

조금 더 심사숙고 하고 실행기간을 충분하게 두고 나서 문제점을 보완하면서 법안을 입법상정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김영란법이 절대적인 법으로 국민생활에 저해가 된다면 이 자체도 문제다. ‘악법도 법’이라고 하는 시대는 이미 사라져야 할 구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