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사퇴는 늦은 감이 있다. 통상 3년으로 끝날 임기를 다시 연임이란 욕심(?)으로 화(禍)를 자초했다.
결국 MB의 오른팔도 여론의 칼날 앞에선 비켜갈 수 없었다.

불명예 퇴진의 직접적인 원인은 정용욱 전 정책보좌역을 통한 뇌물수수 의혹이다.
언론 출신인 그가 언론의 집중포화를 받을 것이라는 것을 망각했다면, 그는 이미 언론인으로서의 명분을 잃었다고 봐야 한다.

특히 종합편성 채널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불거진 특혜 의혹과 최근 지상파와 케이블사업자 간의 갈등은 그가 과거 언론인 신분이었다면, 본인 자신이 질타의 기사를 썼을 것이란 얘기다.

정용욱 전 보좌역이 ‘최시중 양아들’ 행세로 방통위 재직 당시 ‘정치집사’로 최 위원장 ‘돈 심부름’을 한다는 소문이 무성했을 때부터, 최 前위원장은 이를 바로잡았어야 했다.

더욱이 정씨가 이동통신사, 케이블 사업자로부터 수억 원을 받았다는 의혹, 교육방송 사옥 부지를 처분하는 과정에서 수억 원을 받았다는 온갖 의혹에도 최 위원장은 철저히 부인으로 일관했다는 점이 오히려 비겁(?)했다는 게다.

특히 종편 사업자 선정에 따른 방송·통신정책 ‘올인’에 대한 책임도 정권이 바뀔 경우 분명하게 검찰조사로 이어질 게 확연한데, 무리수를 뒀다는 점이다.

이 조사는 현 정권의 경우 조용히(?) 덮겠지만 차기정권이 만에 하나 야권으로 넘어갈 경우, 정용욱씨 관련 형사적인 재조사가 또 다른 정치적 입장에서 최 전위원장에게 불똥이 튈게 분명하다.

또한 조선TV jTBC 등 4개 종편 채널은 개국 3개월이 된 지금도 0%대 시청률이다. 더욱이 광고시장 과당 경쟁으로 인한 ‘출혈경쟁’은 결국 실패의 오점으로 남을 게 눈에 선하다. 이것도 후일 책임져야 할 과거사다.

최 前위원장이 이토록 무리수를 두면서 자리에 왜 연연했는지는 몰라도, 방통위원장으로 오기 전 그는 한때 안전기획부 수장에도 하마평이 올랐던 것을 보면, 권력에 미련을 떨치지 못했던 욕심을 보였던 것 같다.

주어진 3년의 임기를 툭툭 털고 언론인으로 돌아가 칼 날 같은 칼럼을 썼다면, 그의 역량이 더욱 빛날 것이란 점에 더욱 안타까움이 든다.

이제 사 들춰내지만 정보통신부를 공중분해로 해체, 방송통신위원회란 전대 미명의 정부부처를 탄생시킨 역사적 오명은 두고두고 한국 IT역사에 남을 상처다. 이러니 그의 욕심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최 前위원장 사퇴를 보면 정부를 보는 느낌이다. 그리고 정치권이 눈에 들어온다.
“MB=최시중, 최시중=청와대, 청와대=방통위, 방통위=정용욱, 정용욱=검은 돈” 등호 성립은 수십 년 내려오는 한국의 고질병이다.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 가” 라고 한 이형기 시인의 ‘낙화’가, 이 시대 정/재계 등 많은 이들에게 주는 교훈이 이토록 실감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욕심이 화(禍)를 불러일으킨다는 진리다.

4.11 총선, 12.19 대선을 앞둔 미래 한국의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