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IT전문 특성화 대학교’인 한국정보통신대학교(ICU)가 지난 28일 개교 10주년을 맞았다. 이날 10돌 기념식은 동시에 마지막 생일잔치가 됐다. 이미 KAIST와의 합병이 결정난 상태이기 때문. 같은 달 23일, KAIST와 ICU는 통합추진 양해각서(MOU)를 교환한 바 있다.

ICU는 지난 ‘98년 3월 옛 정보통신부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삼성전자와 KT, SK텔레콤 등 국내 IT관련 연구소와 민간기업들이 공동으로 설립, 114명의 석•박사과정 신입생으로 출범한 ’한국정보통신대학원대학교‘가 모태다. 2004년 2월 대학원대학교와 대학교를 통합, 학교명을 ‘한국정보통신대학교’로 변경했다.

ICU의 이념이자 교육목표는 ‘소수의 최고인재만을 선발해 세계 최고의 IT인재로 길러내는 것’. 이를 위한 ‘혁명적인’ 교육 방식을 도입, 주목 받기도 했다.

▲봄/여름/가을학기 등 ‘1년 3학기’제 운영 ▲‘2/3/5(고교 2년/대학 3년/석•박사 5년)시스템’으로 불리는 압축, 강화된 교육시스템 ▲모든 전공과목의 100% 영어강의 ▲토플 230점, 토익 840점 이상이 돼야 졸업이 가능한 영어졸업자격제도 ▲‘학제간 교차 의무수강제’ 도입, 운영 ▲졸업논문의 영문작성, 국제학회 영어논문 발표 의무화 ▲4년간 전액 장학금 지원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를 통해 지난 10년간 공학박사 85명, 경영학 박사 6명, 공학석사 791명, 경영학석사 176명 등 모두 1254명의 고급 IT 전문인력을 배출하는 등 녹록치 않은 성과를 자랑했다.

그럼에도 불구, ICU는 정보통신부 지원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채 특히 한나라당의 비판에 노출됐다. 정보화촉진기금을 활용한 당시 정보통신부의 지원이 관련 재정법규의 변경으로 ‘불법’으로 규정된 것. 정통부 지원이 문제시 되면서 정통부가 밀어붙였던 ‘ICU특별법’ 또한 한나라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KAIST 특별법’에 따라 당시 과학기술부가 KAIST를 직접 지원하는 형태를 꾀했지만, 이마저 물건너 가면서 ICU 존립 자체 의문시됐다.

ICU 자립을 배제한 채 KAIST와의 통합을 강력 주창한 게 김영선 의원(한나라당)이었다. “ICU 문제는 이미 2004년 감사원 감사때부터 지적됐으며, 법적 근거도 없이 설립돼 대규모 공적재원(정촉기금)이 지원됐다”는 것. 김 의원은 정통부 장관이 ICU 이사회의 당연직 이사장을 맡고 있는 것 또한 양자간 ‘밀월’ 사례라고 주장했다.

ICU와 김 의원의 악연은 결국 양자간 ‘고소’로 이어졌다. ICU가 김 의원을 명예훼손과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것. ICU 일각에선 특히 “법적 지위 해결을 위해 당시 국회의원 59명의 서명을 받은 ‘ICU 특별법’을 반대한 게 김 의원”이라며 서운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양측 충돌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절정을 이뤘다. 당시 허운나 ICU 총장을 국감장에 증인으로 세운 김 의원이 힐난에 힐난을 거듭, 결국 ‘고소’건에 대한 사과를 이끌어낸 것. 허 총장은 그 직후 총장직에서 물러났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고, 행정조직 개편 와중에서 언뜻 ICU는 자립으로 가닥을 잡는 듯 보였다. 문제는 완강한 지식경제부의 입김이었다. “(결정은) ICU 손을 떠났다”는 학교 관계자 말이 있은 지 며칠 후 ICU는 KAIST와의 통합을 결정했다. 사실상 ‘KAIST 흡수’였으며, ‘IT특성화 대학’ 시도는 실패로 귀결됐다. 평가하기에 10년은 너무 짧았다.

☞출처: 월간 모바일폰 편집장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