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률은 2000년 이후 최저 수준이지만 소비자들은 좀처럼 지갑은 열지 않고 있고, 소상공인들의 체감경기 지수가 계속 떨어지는 것은 그만큼 영업 등에서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석 대목을 앞두고 제16호 태풍 `산바'가 북상하고 있어 상인들의 근심을 키우고 있느데다 최근엔 기업형슈퍼마켓(SSM)이 법적 미비로 혼란한 틈을 타 의무휴일 영업을 재개하고 있어,추가 타격이 예상된다.

16일 소상공인진흥원에 따르면 소상공인이 경기 전반에 대해 평가한 경기체감지수(BSI)는 8월 81.6으로 석 달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소상공인들이 장사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가장 큰 원인은 전반적인 소비경기 침체로 분석되고 있다.

소비 감소는 소상공인의 수익 하락, 체감 경기 위축으로 직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성장률은 2009년 3분기(1.0%) 이후 33개월 만에 최저치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작년 동월대비 1.2%로 2000년 5월 이후 가장 낮았지만 이는 소비 활성화보다는 경제활동 위축으로 이어졌다.

상반기 신용카드 결제금액(승인기준)이 하루 평균 1조5천14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3.3% 늘어나는 데 그친 것도 소비위축 실태를 보여주고 있다.

소비자의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을 나타내는 소비자심리지수(CSI)도 석 달 연속 떨어져 지난달(99)에는 100 이하로 내려왔다.

수치가 기준점인 100 아래로 내려간 것은 1월 이후 처음인데, 경기가 활력을 잃자 소비시장의 최전선에 있는 소상공인은 직격타를 맞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소상공인은 경기침체 때 가장 먼저 영향을 받고 경기활황 때 가장 늦게 효과를 본다.

중소기업청 조주현 소상공인정책과장은 "소상공인의 체감경기지수는 더 떨어질 우려가 있다"며 "올해 안에 전통시장 상품권 등을 2천억원 발행키로 했는데 추석 상황을 고려, 4천억원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채소와 과일값이 크게 올라 소상공인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추석을 앞두고 특수를 기대했지만 소비자들이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에는 기록적인 폭염에 이어 대형 태풍 `볼라벤'과 `덴빈'이 연속으로 한국을 강타하면서 식재료값이 껑충 뛰었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9월 첫주(3∼7일) 평균 청상추 도매가격은 4㎏당 5만5천640원으로 8월(2만6천736원)보다 108.1%나 뛰었다. 애호박은 8㎏당 3만8천760원으로 지난달 평균 가격(2만2천736원)보다 70.5% 올랐다.

더불어 대파 값은 1㎏당 3천28원으로 29.1% 올랐고 배춧값은 1㎏당 25.5% 상승했다.

이 때문에 농수산물의 소매가격도 덩달아 뛰었다. 한국물가협회가 전통시장 8곳에서 차례용품 29개 품목의 가격을 점검한 결과 , 올해 추석 차례상 비용은 지난해보다 2.1% 정도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공업제품과 서비스 가격을 포함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안정세를 보였지만 농산물 가격은 오히려 치솟고 있다.

태풍 산바는 또다시 한반도를 강타할 것으로 예상돼 농수산물 가격은 더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대형급의 매우 강한 태풍인 산바는 2003년 최악의 피해를 남긴 태풍 매미와 비슷한 세력으로 평가된다.

진병호 전국상인연합회장은 "경기가 안 좋은데다 채소, 과일 값이 올라 추석 경기가 상인들의 기대에 많이 못 미칠 것 같다. 태풍이 또 온다고 하니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대기업과 대형마트의 영업 확대가 소상공인의 생계마저 위협하고 있다.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이 본격적으로 휴일영업을 재개할 조짐을 보여 전통시장과 소규모 업체에는 다시 비상등이 켜졌다.

지방자치단체별로 대형 유통업체의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일 지정 처분을 내렸지만 유통업체들이 제출한 집행정치 가처분 신청이 대거 인정됐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영업 확대는 전통시장과 소규모 상점 수익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진병호 회장은 "시장 주변에 있는 대형마트가 휴일에 쉬면 소상공인의 매출에 30% 정도 영향을 준다"며 "휴무제 도입이 시장과 골목 상권에 활기를 넣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체인사업협동조합 김승훈 사무국장은 "아직도 대기업이 최소한의 규정을 우회적으로 피해 소상공인의 상권에 들어오고 있다"며 "중소 도ㆍ소매업자에게는 경기 위축보다 대기업이 소상공인 영역에 진출한 데 따른 위협이 더 크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정부에서 대형마트 영업이 소규모 상인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정부는 최근 AC닐슨에 의뢰해 대형마트의 영업 규제가 시행된 날에 전통시장 매출이 이전보다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는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