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평화당 비당권파 10명 집단 탈당은 결국 박지원 의원의 새로운 창당 만들기 작품으로 해석되고 있다.

비당권파인 유성엽 원내대표만 봐도 박지원 전위부대란 점에서 이를 따르는 천정배·장병완·김종회·윤영일·이용주·장정숙·정인화·최경환 의원 등의 탈당의 배경이 짐작된다.

눈여겨 볼 의원 중에 한명이 천정배다. 57대 법무부장관을 역임했던 천 의원은 한 때 대선주자 물망에 올랐던 인물이란 점에서 그가 왜 박지원 노선에 줄을 섰는지는 의문이 가는 대목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서 잔뼈가 굵은 정동영대표의 당권 장악으로 박지원과 천정배도 자신의 세력구축에 금이 가기 시작했던 것은 사실이다.

어찌 보면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내는’ 모습이 작금의 정동영 체제다.

민주당으로부터 배척당한 박지원이 정치생명을 걸고 탈당해 현재의 민주평화당을 세웠는데, 정동영의 등장으로 주객이 전도된 상황으로 내몰리자 결국 또 다시 분당으로 갈라서는 모양새다.

정치권에 바라보는 박지원의 평가는 두 가지다. “측은하다”는 점과 “썩어도 준치다”라는 게다.

즉 자신의 정치권쇠퇴에 틈새시장을 찾아 권력을 찾아가는 그의 모습이 처량하면서도 측은스럽다는 것이다. 반면 박지원 이름값이 아직도 살아있는 모습이라며 3김(김영삼-김대중-김종필) 에 비해 아직 그의 활동은 포에버(forever)라는 시각이다.

그러나 철새마냥 이집 저집 만들면서 정치권에서 기생(?)하며 분당 바람을 일으키는 사나이에 대한 국민여론은 좋을 리가 없다는 반응이다.

결국 10명의 집단탈당은 내년 4월 총선 결과에 따라서 존폐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탈당하는 비당권파 10명이 새로 만들 창당의 대표가 누구냐에 따라 탈당의 성공여부가 가늠 짓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박지원 의원이 하자니 속이 들여다 보이고, 천정배 의원이 하자니 ‘그 나물에 그 밥’에서 나올 혁신과 개혁은 둘째 치고 차기 총선의 결과가 회의적이라는 점이다.

결국 새 창당의 새로운 무게감이 있는 당 대표를 영입해야하는데 아직은 실체가 보이질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정치9단 박지원도 가오 마담(?)격 당 대표를 원내든 원외든 비중 있는 인물을 영입해야하는데 아직까지는 접촉 중이지만 신통한 수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탈당 후 향후 7개월 남짓한 총선을 앞두고 신당을 만드는 것도 어렵지만, 조직도 채 못 갖춘 신당에서 과연 몇 명의 의원을 만들어낼지는 회의적이라는 시각이 압도적이다.

현재 당권파와의 추가 협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는 하나 일단 10명이 탈당하기로 의사를 밝힌 이상 박지원의 고민은 ‘죽어도 고’라는 점에서 부담감은 클 것이란 점이다.

분명한 것은 예전처럼 탈당한 후 신당을 만들어서 ‘캐스팅보트’라는 카드를 내밀던 시대는 이젠 지났다는 것이다.

박지원도 이번 탈당으로 근근하게 정치권을 이어가는 모습에서, 이번 탈당에 이은 창당 작업이 그의 마지막 작품이란 점에서 ‘석양에 지는 해’가 읽혀지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