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경제부 산하 정부출연 연구기관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준비 중이어서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ETRI는 지난 2008년부터 애플ㆍ노키아ㆍ모토롤라ㆍHTC 등 전 세계 22개 휴대폰 제조업체를 상대로 1조원대 3세대(G) 이동통신 관련 국제표준 특허 침해소송을 벌여왔는데, 이번에는 국내 기업으로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ETRI는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을 상대로 미국 법원에 통신특허 침해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흥남 ETRI 원장은 "ETRI로부터 소송을 당한 외국사들이 소송 대상에서 삼성전자를 제외시켰다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며 "이 문제를 어떤 절차로 어떤 시기에 어떤 방법으로 해결해야 할지 고민중에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소송뿐만 아니라 협의 등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해 파장이 일고 있다.

ETRI는 4년 전 WCDMA(광대역 코드분할다중접속) 방식 3세대 이동통신 특허 7개를 내세워 외국 휴대폰 제조사들을 상대로 미국 캘리포니아 법원에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 현재까지 8개사로부터 승복을 받아내 합의금 형태로 6500만달러(약 700억원)를 받았다. 

그러나 외국 휴대폰 업체들은 한국 업체가 빠진 점을 지속적으로 항의해왔으며,  그동안 ETRI는 국가기관이라는 점 때문에 국내 기업에 대한 소송을 자제해왔다.

ETRI는 외국 업체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ETRI가 삼성전자와 기술계약을 잘못해 수백억원대 로열티 수입을 날렸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이 같은 조치를 검토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국감에서 특정 대기업이 세금으로 개발한 기술을 무단으로 이용해 수익을 올리는 것에 대한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ETRI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전망하고 있는데,, 이는 최근 삼성전자가 애플과 치열한 ’세기의 특허 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즉 애플과의 민감한 시점에서 국책연구기관이 삼성전자에 대해 소송을 걸기에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ETRI가 ’소송 준비 카드’로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압박하면서 합의 창구를 열어놓고 결국 로열티를 챙기는 ’실리전략’을 취할 수도 있다는 것.

ETRI가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국내가 아닌 미국 법원에서 특허 소송을 준비 중인 이유는 미국 시장이라는 상징성이 있는 데다 국내는 특허 관련 손해배상금액이 턱없이 적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재계 일각에서는 국내 휴대폰의 사활이 걸려있는 삼성전자가  애플과의  민감한 특허분쟁을 벌이고 있는 시점에서, ETRI가 특허제소를 하고 나선 배경에는 이유가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ETRI는 원장 임기가 만료, 3배수 후보를 심사중인데 현직 김흥남 원장도 포함되어 있어, 언론에 부각시키기위한 언론플레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