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휴대폰 사업을 이끌고 있는 신종균 ITㆍ모바일(IM) 부문 사장(57)이 지난주 방한한 인텔 신임 회장과 비밀리 만났다.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페이스북 등 내로라하는 정보기술(IT) 업체 수장들이 연이어 삼성 고위급 인사를 만나 파트너십을 모색하는 가운데 반도체 1위 업체인 인텔도 삼성전자와 협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관측된다.

23일 IT업계에 따르면 르네 제임스 인텔 회장(48)이 지난주 초 한국을 방문해 신 사장과 면담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회장 취임 이후 한국을 처음 방문한 제임스 회장은 인텔 모바일 칩 부품 공급 등에 대한 논의를 한 것으로 보인다.

제임스 회장은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인 인텔의 첫 여성 회장으로 최근까지 소프트웨어 책임을 맡아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와 MS의 윈도8을 인텔 칩에 맞춰 최적화하는 데 앞장서 왔다.

지난 5월 인텔은 폴 오텔리니 전 최고경영자(CEO) 사임 이후 인텔 이사회 회장으로 르네 제임스를, CEO로는 브라이언 크르자니크를 임명했다.

삼성과 협력에 대한 임무는 크르자니크 CEO가 아니라 제임스 회장이 맡는 모양새다. 신 사장과 르네 제임스 회장은 이번 만남 이전에도 평소 친분 관계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은 최근 삼성전자 `갤럭시탭3 10.1`에 인텔 칩을 공급했다. 그동안 PC분야에 그쳤던 협력이 앞으로 모바일 분야로 점점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인텔이 최근 삼성전자에 공급한 칩을 탑재한 `갤럭시탭3 10.1`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의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 핵심 칩을 미국 퀄컴으로부터 공급받거나 자체 제작해 사용하고 있다.

인텔은 PC 분야 프로세서를 주로 생산해왔지만 지난 몇 년 동안 전략을 바꿔 모바일 칩 분야에 진출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 결과 중국 레노버나 ZTE 등에 인텔 AP를 공급하면서 서서히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갤럭시탭3 부품 공급을 계기로 삼성전자가 인텔 AP를 늘릴 경우 타사와의 부품 가격 협상 등에서 삼성이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

신 사장은 삼성전자의 PC 사업 부문도 담당하고 있어 스마트기기 외에도 컨버터블 PC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논의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영국 런던에서 안드로이드와 윈도를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컨버터블PC 아티브Q를 내놓는 등 모바일 기기의 경쟁력을 PC에 옮겨 심는 작업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와 퀄컴은 모바일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지만 반도체 설계 특허를 제공하는 영국 업체 암(ARM)의 라이선스를 이용한다.

ARM은 전 세계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한 이 분야의 독보적인 회사다.하지만 인텔 비중이 높아지면 ARM과 협력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ARM CEO는 지난달 한국을 방문했지만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를 만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ARM은 CEO 방한 이후 LG전자와 차세대 AP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