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나라 직장인들이 체감하는 직장 내 갑질의 심각성은 'C-'(갑질오염지대) 등급을 받았다.

4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지난달 7∼14일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산출한 2021년 '갑질종합지수'(직장갑질진단지수)가 19점으로 'C-' 등급을 받았다고 밝혔다.

세부 항목별 점수를 보면 '원하는 시기에 휴가를 가기 힘들다'가 34.5점으로 가장 심각했으며 '열심히 일을 해도 정당하게 평가를 받지 못한다(32.3점)', '아파도 마음 편하게 쉬기 어렵다(32.2점)' 등이 뒤를 이었다.

갑질종합지수는 직장에서 겪을 수 있는 불합리한 처우의 심각성을 50개 항목의 지표로 수치화한 지표로 점수가 높을수록 갑질이 심각함을 뜻한다. 0∼5점은 A등급(갑질청정지대), 6∼10점은 B등급(갑질안전지대), 11∼20점은 C등급(갑질오염지대), 21∼25점은 D등급(갑질위험지대), 26점 이상은 F등급(갑질만연지대)로 분류된다.

직장갑질종합지수.

지난해까지 매년 갑질지수를 발표해온 직장갑질119는 오는 14일부터 개정되는 근로기준법을 반영한 '갑질종합지수'를 올해부터 새로 도입했다.

세부 항목 중 가장 양호한 항목은 '폭행(6.6점)'이었고 '위협'(7.0점), '종교·후원 강요(7.4점) 등도 비교적 낮은 점수를 받았다.

기업 규모별 갑질지수를 보면 중앙 및 지방 공공기관은 15.9점이었고, 5인 이상 민간 사업장은 20점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년간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응답자는 28.9%로 지난해(36.0%)와 비교해 7.1%포인트 감소했다.

또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개정 근로기준법·일명 '갑질금지법')이 시행된 2019년 7월 이후 직장에서 관련 교육을 받은 응답자는 전체의 47.0%로, 작년보다 12.5%포인트 늘었다.

직장갑질119는 이에 대해 "직장갑질 예방교육이 갑질 감소에 기여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한편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289명 가운데 '괴롭힘 수준이 심각하다'는 응답이 32.5%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30대에서 가장 많았고, 직급은 낮을수록 갑질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괴롭힘 행위자는 '임원이 아닌 상급자'(45.7%), '사용자(대표·임원·경영진)'(26.6%), '비슷한 직급 동료'(15.6%), '고객·민원인등'(5.2%), '사용자의 친인척'(3.1%) 순으로 많았다.

직장갑질119 대표인 권두섭 변호사는 "최소 2년에 한 번은 직장 내 괴롭힘 예방교육을 의무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인권의 문제라는 점을 서로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조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이뤄졌으며, 표본오차는 95%에 신뢰수준은 ±3.1%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