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개선 난항 주문량 회복 안돼
사업 포기 의사 10여곳 달해 '위기'

개성공단 입주기업 가운데 사업을 철수하는 기업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남북이 재가동의 전제조건으로 합의한 '발전적 정상화'가 벽에 부딪히면서 오히려 뒷걸음질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개성공단 입주업체 123곳 중 최근 섬유업종 1곳, 전기·전자업종 1곳 등 2개사가 사업 포기를 결정하고 자산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5일 확인됐다.

아파트형 공장에 입주한 섬유 업체 1곳도 현지 사업을 포기하고 한국산업단지공단에 임대한 공장 사무실을 반납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사업 포기를 전제로 자산 매각을 검토하는 입주기업이 10여 곳에 달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개성공단의 땅을 분양받았다가 2010년 5·24 조치에 가로막혀 공장을 짓지 못한 우리 업체 7곳도 최근 수출입은행 측에 사업 포기 의사를 밝혔다.

개성공단이 정상적으로 가동될 때에도 개별 사정으로 철수한 업체가 있다. 모피의류업체 '스킨넷'은 지난 2009년 6월 관리위원회에 폐업을 신고한 바 있다.

그러나 166일 동안의 가동 중단 사태로 발생한 손해를 메우는데 여념이 없어야 할 지금 철수 업체가 속출하는 것은 입주기업 사이에서 개성공단의 현 상황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적잖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재 개성공단의 가동률은 정부 집계로는 80% 수준.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파악한 수치는 50∼60%대에 머물고 있다. 주된 원인은 구매처의 주문량이 좀처럼 회복되지 못해 일감이 없기 때문이다.

한 입주업체 대표는 5일 "구매처도 지난번처럼 예견치 못한 가동 중단 사태가 다시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더 안정적으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거래처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기업들은 이달부터 일거리가 없는 북측 근로자에 휴업수당 격인 생활보조금을 줘야 할 처지다.

남북당국이 합의한 개성공단 제도 개선은 전면 중단된 상황이다.

제도 개선을 위한 4개 분과위원회를 한 달에 한 번씩 열기로 애초 약속한 것과 달리 10월엔 단 한 차례의 분과위도 열리지 않았고 차기 회의 날짜도 잡지 못하고 있다.

입주업체들의 숙원인 전자출입체계(RFID) 도입 등 통신·통관·통행(3통) 문제의 연내 해소는 사실상 물건너 간 상황이다.

개성공단의 확장은 물론 지난번 같은 일방적 가동 중단 사태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조치로 기대를 모았던 국제화도 공동 투자설명회가 무산된 이후 오리무중인 것도 기업들의 불안감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