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대장동 개발 특혜·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고비마다 난맥상을 노출하면서 수사 능력마저 의심받는 상황을 맞고 있다.

핵심 피의자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의 구속영장이 혐의 소명 부족으로 기각된 데 이어 성남시청 압수수색은 '뒷북'이라는 비판을 받았고 시장실과 비서실을 제외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 뒷북 압수수색…시장실·비서실 제외 논란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주말과 휴일 내내 성남시청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대장동 사업 관련 자료를 분석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15일 성남시청 도시주택국, 교육문화체육국, 문화도시사업단, 정보통신과 등을 11시간가량 압수수색했다. 지난달 29일 수사팀이 구성된 지 16일만이다.

그러나 당시 검찰이 시청 측에 제시한 압수수색 영장에 이재명 경기지사가 근무했던 시장실과 그에 딸린 시장 비서실은 빠져 논란이 일었다.

시장실 등은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는 단계에서부터 대상에서 빠진 것으로 전해진다. 법원이 시장실 등에 대해서만 일부 기각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이 지사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할 때 성남시가 대장동 사업을 민영개발에서 공영개발로 변경해 추진하고,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 후에도 관리·감독을 해온 만큼 이 지사의 관여 여부 규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수사 시작 전부터 제기됐다.

신속한 증거 확보가 수사 성패의 관건인데도 수사팀이 성남시청 압수수색 때 시장실을 대상에 넣지 않은 것은 강제수사 준비가 기대에 못 미친 수준이거나 수사 의지가 모자란 게 아니냐는 비판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심지어 지난달 29일 성남도시개발공사와 화천대유를 압수수색할 때 성남시청도 압수수색하려 했으나 검찰 윗선의 제지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이에 서울중앙지검은 "수사팀이 당초 성남시청도 포함된 영장 청구를 준비했다거나, 중앙지검장 등의 지시로 제외됐다는 것은 명백히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사팀은 수사 단계에 따른 수사상황을 모두 고려해 압수수색영장을 청구·집행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해명에도 검찰 내부에서조차 성남도개공 압수수색 때 성남시청까지 압수수색하는 게 절차적으로 적절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김만배 영장 기각' 타격에 '내부 이견' 관측도…특검론 불붙나

지난 14일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영장이 기각된 것을 놓고도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검찰이 계좌 추적 등을 통한 자금 흐름 파악이나 충분한 관련자 조사 없이 천화동인 5호 정영학 회계사, 천화동인 4호 남욱 변호사의 후배인 정민용 변호사 등 일부 관계인들의 녹취록과 진술만으로 신병 확보를 강행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인력 충원을 거쳐 20명가량의 대규모로 구성된 대장동 전담수사팀 내에서 수사 방향을 놓고 이견이 있었다는 얘기도 나왔다.

수사팀 소속 한 부부장검사가 수사 지휘부와의 갈등으로 대장동 의혹 수사에서 배제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측은 "해당 검사는 기존에 담당하던 주요 수사 사건 처리를 겸하게 된 것일 뿐, 전담수사팀에서 배제된 것이 아니다"라며 "수사팀 내부나 지도부와의 이견이 있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검찰의 수사 의지를 놓고 불거진 비판과 맞물려 김씨 영장 기각 후 야당을 중심으로 커지는 특별검사(특검) 촉구 여론도 검찰에는 부담이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총장 임명 전 5개월 정도 성남시의 자문 변호사로 활동한 것도 검찰을 향한 불신을 키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성남시 압수물 분석을 통해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삭제하는 과정에 시 차원의 개입은 없었는지, 석연찮은 의사 결정은 없었는지 확인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수사 진척도에 따라 성남시장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별도로 청구하고,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도 보완 후 재청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