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과 기업이 사실상 강제적으로 부담하는 준조세가 최근 12년간 2배 넘게 올라 경기 침체 상황에서 큰 부담이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25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2020년 기준 준조세 부담 현황을 조사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기업을 포함한 모든 국민이 부담하는 광의의 준조세는 2008년 77조6천억원에서 2020년 164조8천억원의 약 2.1배 증가했다.

기업이 주로 부담하는 협의의 준조세는 2008년 30조6천억원에서 2020년 72조원으로 2.4배 늘었다.

준조세는 세금은 아니지만, 세금과 같이 국가·공공기관에 국민과 기업이 반드시 납부해야 하는 재정적 부담을 의미한다.

명확한 법률적·학술적 구분은 없지만 광의의 준조세는 국민이 강제적으로 지게 되는 조세 이외의 모든 금전적 부담을, 협의의 준조세는 광의의 준조세 가운데 기업 부담분을 의미한다고 전경련은 설명했다.

2020년 광의의 준조세는 같은 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1천933조2천억원(명목 기준)의 8.5%, 조세총액(387조6천억원)의 42.5%에 해당한다.

2008년부터 2020년까지 준조세 증가 추이는 같은 기간 GDP가 1.7배 성장한 것보다 크다.

2020년 협의의 준조세는 기업 법인세 총액 55조5천억원의 1.3배, 기업 당기순이익(115조3천억원)의 62.5%에 달하는 수준이라고 전경련은 전했다.

기업 당기순이익은 2008년 52조5천억원에서 2010년 111조7천억원으로 증가했지만 2013년에 69조원으로 크게 줄었다가 2017년 188조7천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재차 다시 하락했다.

경기변동에 따라 등락을 거듭한 것이지만 협의의 준조세는 이와 무관하게 지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2017년 이후 기업 당기순이익은 줄고 협의의 준조세는 증가하면서 당기순이익 대비 협의의 준조세 비중은 2017년 30.9%에서 이듬해 39.0%, 2019년 60.8%, 2020년 62.5%로 급증하고 있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코로나19로 인해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준조세의 지속적 증가는 국민과 기업에 큰 부담이 된다"고 지적한 뒤 "경제 상황을 고려해 준조세 부담을 조정할 수 있는 '준조세 관리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