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가상화폐 비트코인의 움직임이 달러와 같은 공식 통화보다는 투기성 자산에 더 가깝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데이비드 예맥 미국 뉴욕대 스턴 경영대학원 교수는 23일(현지시간) 미국경제연구소(NBER)를 통해 발표한 논문에서 "비트코인의 거래기록을 분석한 결과, 비트코인이 전혀 일반적인 통화처럼 거래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오히려 비트코인이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광풍이 불었던 '닷컴 주식'(인터넷 기업 주식)과 비슷한 거래행태를 보인다고 말했다. 닷컴 주식은 이후 거품이 꺼지며 미국의 주가 폭락을 주도했다.

비트코인이란 2009년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익명의 개발자(혹은 단체)가 만든 가상화폐다. 정부나 중앙은행의 통제를 받지 않는 점 때문에 올 초 키프로스 금융위기 때부터 대안 통화로 주목받으며 세계적으로 확산됐다.

지난해까지 1비트코인 당 12달러였던 가격은 올해 1천 달러를 훌쩍 넘겼다. 2천100만 비트코인으로 제한된 발행 총량 중 현재까지 약 1천200만 비트코인 가량이 시중에 풀린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예맥 교수는 비트코인을 일종의 통화로 보기는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이른바 '화폐(통화)의 세 가지 조건'(가치의 척도·가치저장 수단·결제수단으로서 기능)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경제학에선 화폐가 '빵 하나=1천원'처럼 재화의 가치를 나타내는 안정적인 척도로 쓰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비트코인 가격이 다른 통화와 달리 제멋대로 크게 오르내리는 점을 생각하면 이는 무리란 것이다.

화폐는 또 가치를 저장하는 수단으로 쓰일 수 있어야 하지만, 현재로선 비트코인의 이런 가치 변동을 헤지(위험회피)할 수 있는 아무런 수단도 없다. 다만, 다른 화폐의 조건인 '결제수단으로서 기능'은 충족한다고 그는 봤다.

현재 세계 대부분 은행에서 비트코인 예금은 받아주지 않는다. 설령 받아줘도 근대 통화의 특징인 예금자보호는 기대할 수 없다. 예맥 교수는 "비트코인은 결국 은행과 지급결제 시스템에서 배제되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비트코인 거래 시장이 결국 비트코인 옹호론자만의 세상이 될 것이라 했다. 선물·옵션 등 비트코인의 미래 가격과 관련한 파생상품이 없어서다. 비관론자들로선 비트코인의 가격 하락에 베팅하고 싶어도, 옹호론자들이 자기들끼리 사고팔며 가격을 올리는 행태를 팔짱을 낀 채 지켜볼 수밖에 없단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