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화 신임 국회의장이 11일 국회 의장접견실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향후 청와대와의 관계에 대해 "나는 거수기 의장은 하지 않겠다"고 발언하고 있다.

정의화 신임 국회의장은 11일 향후 청와대와의 관계에 대해 "나는 거수기 의장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이날 국회 의장집무실에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가장 듣기 싫은 얘기가 '통법부'다. 대통령이 나라를 끌고 가는데 국회가 받쳐 줄 것은 잘 받쳐주고 발목 잡지는 말아야 하나 그 목적이 당리당략이 돼선 안 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나는 친박도, 친이도, 비박도 아니고 그저 '친 대한민국'이고 이는 대통령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정 의장과의 일문일답.

--취임 일성으로 남북국회회담 추진 의사를 밝힌 배경은.

▲국회의원이 되면서부터 이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통일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단일민족이라면서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다. 통일 문제를 해결해내지 않고는 나라의 장래가 암담하다. 정부도 그동안 많은 노력을 주도해왔지만, 정작 국민이 뽑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는 통일에 있어서 다소 소극적이고 수동적이었다.

통일은 북한의 급작스러운 붕괴를 통해 이뤄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북한이 소프트랜딩(연착륙)해서 서서히 단계적으로 독일과 같이 가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남북국회회담을 시작해야 할 때가 됐다.

--남북국회회담의 성사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은.

▲지난주 대통령을 만났는데 대통령도 남북국회회담 제안에 '좋다'고 말했다.

이번 주에는 국회의원 전원에게 남북국회회담에 대해 설문조사를 할 것이다. 이후 3선 이상 의원들과 간담회를 열어 의견 수렴을 한 뒤 정부와 협의를 시작하겠다.

북측에서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최태복 노동당 비서 겸 최고인민회의 의장이 우리 국회의 카운터파트가 될 수 있다. 우리 측 협의 후 내가 두 사람에게 편지를 보내 만나자고 요청할 생각이다. 내가 북으로 갈 생각이다. 하루라도 좋고, 판문점으로 올라가서 저녁 한끼만 하고 와도 좋다.

일단 내가 김영남 위원장이나 최태복 의장과 만나서 남북국회회담을 위한 실무접촉 개요를 얘기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양측이 국회회담을 준비하는게 맞다. 과거처럼 실무회담부터 시작해서 올라오는 것은 성공확률이 적다. 의장인 제가 직접 가서 그분들을 만나겠다.

아울러 국회에 남북국회회담을 위한 태스크포스(TF)와 실무회의 위한 TF를 만든 후 관련 자문위원회까지 구성할 생각이다. 자문위에는 각각 여당에서 5명, 야당 4명, 비교섭단체 1명씩 추천받고 의장이 3명 정도를 추천해서 13인 정도로 구성, 지금부터 8월 말까지, 9월부터 연말까지 2단계로 나눠 준비하려 한다.

--정부당국간 고위급 접촉이 중단된 현재의 정치적 환경에서 국회회담이 성사 가능할지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국회회담 성사도 쉽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다. 큰 이야기는 정부가 나서서 해야 하고 국회는 국민의 뜻을 전하고 정부 수준에서의 대화가 더 발전하고 성숙할 수 있도록 '마중물'의 역할과 지원 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또 정부간 대화가 깨지려 할때 다른 방법으로 이어줘야 한다.

우선 국회의장으로 갖고 있는 순수한 마음을 전하고 작은 것부터 선택해서 신뢰가 쌓여가면 큰 얘기도 가능하리라 본다.

--국회에 남북관계특별위원회 같은 기구를 다시 만들 계획은.

▲남북국회회담의 물꼬가 트이고 나면 소관 특위가 있어야 한다. 이번 가을 국회쯤 되면 특위가 구성돼야 한다.

--19대 전반기 국회동안 여당이 청와대에 끌려 다닌다는 지적 많은데.

▲의장 경선 전부터 나는 '거수기 의장'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내가 가장 듣기 싫은 얘기가 '통법부'다. 대한민국은 삼권분립 국가이며 대의민주주의 국가다. 그동안 의원들이 제 몫을 못한 것이다. 대통령이 나라를 끌고 가는데 국회가 받쳐 줄 것은 잘 받쳐주고 발목 잡지는 말아야 하나 그 목적이 당리당략이 돼선 안 된다.

나는 친박(친 박근혜)도, 친이(친 이명박)도, 비박(비 박근혜)도 아니고 그저 '친(親) 대한민국'이다. 이는 대통령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국회와 청와대의 소통에도 문제점이 많이 지적돼 왔는데.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국회와 청와대 간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대통령과 국회의장이 언제든지 대화할 수 있게끔 핫라인 개설을 요청했고, 며칠 전에 핫라인 번호를 받았다.

아울러 국회사무총장과 청와대 비서실장, 국회의장 비서실장과 청와대 정무수석 간의 핫라인 개설도 요청할 생각이다.

야당과의 관계에서 대통령에게 야당 의원들에게 더 많이 신경을 써주며 대화하고, 파트너십을 잘 형성했으면 좋겠다고 건의드렸다. 또 대통령께서 국회 시정연설이나 예산안 제안 연설을 국회에 두 차례 직접 와서 해달라고 요청했다.

--대통령과 의장 사이에 '핫라인'이 있으면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도 있는데 어떤 경우에 핫라인을 가동할 계획인가.

▲대통령 또는 정부가 잘못하는 게 있다면 충정에서 국민을 대표해 전화할 것이다. 임기 중에 연간 20곳 이상의 구·군을 다니며 국민의 목소리 청취할 생각이다. 목소리 중에서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해야 하는 것들은 핫라인을 통해 할 것이다.

--선진화법 개정 의지도 밝혔는데, 야당의 동의를 얻기가 쉽지가 않을텐데.

▲우선 법 개정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개정을 한다 해도 국회의장 직권상정은 한번 없어졌으면 재생이 불가능하다.

지구상의 의회민주주의는 의결할 때 재적 과반수가 스탠더드(표준)인데, 유독 대한민국만 의결을 위해 60%가 필요하다는 것은 문제다.

수정이 쉽진 않겠지만, 원칙은 가져가야 한다. 국민은 '동물국회' 보기 싫다고 하는데, 동물국회도 안되지만, 식물국회가 돼서도 안 된다. 대한민국 국회는 국회다워야 한다.

임기 중에 두 가지를 해보려 한다. 첫째는 국민에게 선진화법의 문제점을 알림으로써 2년 후 총선에서 각 당이 선진화법 개정 방안을 공약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둘째는 만약 선진화법 개정이 안 된다면 그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일이다. 먼저 상시국회가 필요하다. 조만간 양당 원내대표와 상시국회 계획을 발표하려 한다. 가장 더운 7,8월을 제외하고 1년 내내 국회를 열겠다. 본회의를 매달 하도록 하겠다.

이에 더해 요일별로 월요일은 본회의, 화요일은 청문회, 수요일은 법안심의 등의 방식으로 국회 일정을 정리해 예견 가능한 국회를 만들겠다.

아울러 부의장들과 5선 이상 의원들이 참여하는 원로중진회의체를 만들겠다. 야당이 난색을 보이지만 설득이 가능하다. 설득이 안 되면 의장으로서 국회 규약을 만들어 조직할 것이다.

--개헌에 관한 의견은.

▲개헌은 굉장히 중요한 사안이다. 다만, 일각에서 이야기하듯 개헌 문제는 자칫 블랙홀이 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개헌은 필요하나 통일에 대비한 개헌이어야 한다. 통일대한민국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헌법으로 가야 한다. 그런 점에서 내가 주도할 것이다. 또 개헌 이후 권력구조에 대한 문제는 차차기 대통령, 즉 9년 후에 적용될 권력체계를 만든다면 상당한 객관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취임 이후 '입피아'(입법고시+마피아)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국회사무처에 개혁 의지를 밝히기도 했는데 계획은.

▲물은 오래 고이면 썩게 돼 있다. 입법부는 국민 편에서 국민을 위해 일하는 유일한 곳인데 입법고시 출신들이 '끼리끼리' 문화가 있다.

외무고시처럼 입법고시 출신도 이제는 그 비율을 절반으로 줄일 필요가 있다. 만약 올해 20명을 뽑는다면 입법고시 출신으로 10명을 뽑고 나머지는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로 채움으로써 조직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

--부산 출신 국회의장인데, 정부 고위직의 영남 출신 편중 현상 어떻게 보나.

▲탕평인사는 꼭 필요하다. 의장이 되면 내가 임명할 수 있는 자리가 많을 줄 알았는데 막상 없더라. 하지만 정부는 자리가 많지 않나. 수석, 장관만 수십 명인만큼 탕평인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을 쓰면 아주 악한 사람이 아니고는 다 자기 사람이 되게 돼 있다. 충성하게 돼 있고 내가 잘하면 다 따라오게 돼 있다.

--국회 의장직에서 물러나면 정계 은퇴 수순을 밟는데. 2년후 의장 임기를 마친 후 계획은.

▲확실한 계획은 없다. 다만, 의정활동 이후 인생 3모작은 실제 통일에 이바지하고자 한다. 슈바이처 박사처럼 북한에서 수술도 하고 병원도 짓고 싶다. 국회의장까지 한 사람이 대한민국에서 돈 받고 수술한다는 것은 스스로 용납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