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기간 휴지기를 보낸 정치권에서 잠잠했던 개헌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다음 달 3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공식 출범을 앞두고 국회 개헌특위도 별도로 구성하자는 요구가 야당은 물론 여당 일부 의원들을 중심으로 터져 나올 분위기다.

새정치민주연합 원내 지도부는 이달 초 우윤근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제안한 대로 이달 중 개헌특위를 출범할 수 있도록 최대한 빨리 협상을 시작하자고 새누리당 원내 지도부에 요구한 것으로 21일 전해졌다.

'개헌추진 국회의원 모임' 간사이기도 한 우 원내대표는 2월 임시국회에서 개헌특위를 구성해 1년의 검토를 거쳐 여야가 개헌안을 만들고서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국민투표에 부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문재인 대표 역시 '분권형 개헌'이 시급하다는 점을 최근 강조한 바 있고 문희상·원혜영 의원 등 중진들도 이에 동의하고 있어 야권이 당론으로 분권형 개헌 논의를 요구하고 나설 가능성도 있다.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의 주도로 여야 의원 155명이 참여하는 개헌추진 의원모임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모임은 조만간 대규모 회동을 소집해 개헌특위 구성의 시급성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는 복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임 자체 인원만으로도 개헌안 발의 요건인 국회 재적 의원 과반을 충족하는 만큼 여야 협상이 여의치 않으면 모임 차원에서 독자적인 행동에 나설 공산도 배제할 수 없다.

'개헌 전도사'로 불리는 이재오 의원이 주도하는 범국민 연대인 '개헌추진국민연대'도 소리 없이 세를 불려나가고 있다.

종교 지도자를 포함한 1천여 명의 각계 인사가 참여하는 개헌추진연대는 다음 달 말까지 전국 17개 광역시도 지부 창설을 완료하고 4월18일 광화문 광장에서 범국민 개헌추진대회를 대규모로 개최한다.

개헌추진대회는 5만 명 이상이 한 자리에 집결하는 매머드급 이벤트로 열어 세 과시를 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개헌연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원내와 국회 밖에서 동시에 개헌 추진을 압박하는 양동 작전으로 개헌론에 불을 붙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제 '공'은 새누리당에 넘어오게 됐다.

특히 새로 취임한 유승민 원내대표가 어떤 결단을 내릴지에 시선이 집중되는 형국이다.

유 원내대표는 평소 "개헌에 대한 자유로운 논의 자체는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소신을 여러 차례 밝히는 등 개헌 논의에 긍정적 견해를 보여왔다.

다만 박근혜 대통령이 '개헌 블랙홀론'을 통해 개헌 논의에 부정적 태도를 고수하는 만큼, 비주류인 유 원내대표로서는 박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모습으로 비칠 만한 결단을 내리는 게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만약 유 원내대표가 김무성 대표와 함께 야당의 개헌특위 설치 제안을 조기에 받아들인다면, 모든 정치 이슈를 한 곳으로 빨아들일 개헌 정국이 연초부터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새누리당은 김무성 대표 외에도 김태호 이인제 최고위원, 원유철 정책위의장, 이군현 사무총장, 조해진 원내 수석부대표, 강석호 제1사무부총장 등 주요 당직자들이 모두 '개헌파'여서 유 원내대표 역시 이들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