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대부분의 지하철역에는 에스컬레이터가 상·하행 양방향으로 설치돼 있다. 하지만 지하 구조 문제 등으로 1개만 설치돼 있다면, 이 에스컬레이터는 상·하행 가운데 어느 방향으로 운행하는 게 맞을까.

'당연히 올라가는 방향'이라는 통념과는 달리 상황에 따라서는 하행도 고려해야 한다는 시각이 제기돼 눈길을 끈다.

서울시는 이 같은 취지에서 "통상 상행으로 운행하되 이용시간대와 수송방향을 고려해 하행 운행도 고려해야 한다"는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 가이드라인을 이달 중으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2일 밝혔다.

유니버설 디자인이란 어린이·장애인을 포함해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꾸미는 것으로,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라고도 불린다. 시는 공공시설물·건축 시설·도로 등에 적용할 수 있는 표준안을 마련하고자 연구 용역을 의뢰했으며, 최근 마무리 단계를 밟고 있다.

시는 그 과정에서 전문가 자문과 대시민 투표를 거쳐 '한 방향 에스컬레이터' 문제도 들여다봤다.

시 관계자는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지 않은 지하철역에서 계단을 이용할 때는 올라갈 때보다 내려갈 때 무릎 연골 마모나 십자인대 약화 등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낙상과 같은 사고 위험성도 높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즉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는 계단을 올라갈 때 드는 불편에 따른 '편의성의 차원'이라면,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는 '안전성의 차원'이라는 것이다.

변혜령 생활환경디자인연구소 부소장은 "계단을 내려갈 때는 쏠림이나 발끝이 계단 끝에 걸려 넘어지는 안전사고 등 위험이 잠재돼 있다고 보인다"며 "편리성과 안전성이라는 두 가지 측면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계단의 높이와 폭, 계단 손잡이 설치 여부 등 계단의 형태를 따져보고 에스컬레이터의 운행 방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신동홍 건국대 연구교수는 "운동학적 측면에서는 계단을 내려가는 동작이 올라가는 동작에 비해 신체에 무리를 주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러한 근거로 에스컬레이터의 방향을 결정한 사례를 찾지 못했다"고 반대 의견을 냈다.

이어 "에스컬레이터가 하향이면 올라가는 다수가 계단을 이용하면서 병목현상이 일어나고, 보행 약자는 위험한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며 "각 지하철역의 상황에 따라 이용자 증감 시간대를 파악하고, 이에 따라 방향을 전환하는 탄력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시는 이 같은 의견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상향을 기본으로 하되, 필요하면 하행도 고려할 수 있다는 절충안을 내놨다. 또 한 방향으로만 에스컬레이터를 운영할 경우,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거나 계단의 안전성을 높이는 등 대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출근 시간대에는 에스컬레이터를 하행으로 운영하면 역 밖으로 나가는 계단에 사람이 몰리는 만큼 상행으로 운영하다가도, 반대로 퇴근 시간대에는 하행으로 운영하는 식이다.

다만, 일반 시민은 아직은 계단을 올라가는 '불편함'에 더 큰 방점을 찍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시가 지난해 11월 28일부터 지난달 12일까지 시민 28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8.48%(189명)는 '상행 에스컬레이터'를 선호했다. '하행 에스컬레이터'가 좋다는 응답은 31.52%(87명)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