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나니 세상이 바뀌었다. 현충일 끼고 3일 연휴를 쉬고 난 다음 서울시내 음식점들의 가격표가 일제히 바뀌었다. 너도나도 가격을 올린 것이다.

미처 가격을 올리지 못한 음식점들은 정부와 언론의 현충일 물가 인상보도 덕분(?)에 앞 다퉈 가격표를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삼겹살 자장면 김치찌개, 백반, 설렁탕, 냉면 등 서민들이 주로 사먹는 외식품목 가격 인상률이 소비자 물가 상승률보다 두 배 이상 껑충 뛰었다고 한다.

특히 온 국민의 사랑을 받던 삼겹살은 1년 전보다 14.5% 올랐다. 서민의 대표적 음식인 자장면은 8.2%, 짬봉 8.3%, 탕수육 11.4%, 냉면 8.9%, 설렁탕 8.8%로 외식을 하기가 겁날 정도다.

그러나 이 같은 수치는 실제 음식점을 가보면 현장 체감온도와는 생판 다르다. 정부가 조사한 내용보다 훨씬 가격이 더 오른 것을 느낄 수 있다.

동네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자장면 한 그릇 값은 종전 3500원~4500원 정도였다. 그런데 갑작스레 6000원~7000원으로 껑충 올랐다. 이는 정부가 밝힌 상승률보다 더 높은 수치다.

삼겹살 냉면 등도 실제 시중에 나사 외식을 해 보면 실감난다. 양이나 가격 면에서 피부에 와 닿는 인상지수는 훨씬 높은 편이다.

예전 같으면 점심 때 삼삼오오 짝을 지어 자장면을 먹으려 가면 기본이 탕수육 정도는 같이 주문해서 먹었지만, 이제는 가격부담으로 식사만 해야겠다는 샐러리맨들의 얘기는 심각한 물가를 그대로 반증하고 있음이다.

삼겹살 돼지갈비 등이 크게 오른 이유가 구제역 파동 때 도살처분으로 물량이 크게 달리기 때문이라고는 하나, 올라도 너무 올랐다.

외식품목 주재료인 수입산 밀 등 국제 곡물가격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어서 자장면 등 외식물가는 가파른 속도로 앞으로도 더 오를 기미라고 한다.

설상가상 전기 도시가스 철도 우편 광역상수도 도로통행 등 6개 공공요금 인상 폭과 인상시기를 담은 타임테이블을 이달 중 발표한다고 하나 물가는 더 요동칠 게 뻔하다.

기획재정부는 물가안전 대책 후속 일환으로 물가 인상을 원가공개를 통해 인상시기를 타임테이블에 맞춰 분산시키는 투 트랙(Two tracks)전략으로 공공요금발(發)물가 상승효과를 최대한 억제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별 실효가 없을 것 같다.

국민이 정부에게 원하는 것은 한가지다. 복지는커녕 물가나 잡아달란 얘기다. 전기요금 가스요금 상수도요금 등을 올리면 결국 모든 물가는 솟구치게 마련이다.

CEO출신 MB가 이끌고 있는 현 정부가 물가안정 대책을 내 놓지 못하고 갈팡질팡 한다면, 이는 생각해 볼 문제다.

이번 정부 태동은 국민이 경제만큼은 챙길 줄 아는 MB정권에 손을 들어준 게 아닌가. 물가는 곧 민심이다. 또한 물가는 삶의 지표 아닌가.

물가가 오른 뒤 떨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공공요금 인상도 마찬가지다. 한번 오른 물가는 원자재 가격이 내려도 내리질 않는다. 이런 점에 물가 상승은 곧 서민의 가계를 어렵게 하고 있는 원인이다.

겉으론 경기가 풀린 듯 정부가 애써 변명하지만, 작금의 한국경제는 그야말로 서민은 죽을(?) 지경이다.

한국경제의 물가 잣대 기준인 자장면 한 그릇 값이 6~7000원을 한다면 정말로 서민은 이제부터 라면으로 더 한층 삶의 질을 낮춰야 할 판이다.

해방이후 서민의 음식인 자장면이 이제 서민을 버릴 지경이면, 정부의 경제정책은 한마디로 실패라고 밖에 할 말이 없다.

자장면 한 그릇이라도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정부의 경제정책이 아쉽다.

■ 윤동승 주필 이력
-前 전자신문/뉴미디어 데스크
-前 일간공업신문 부국장
-前 전파신문 편집국장
-前 일간정보(IT Daily) 편집국장

-前 텔슨정보통신 상임고문
-前 중국과학원 자동화연구소 고문
-前 중국 허베이성 창저우시 국가경제 고문
-前 중국 허베이성 경제수석(경제특보)
-前 중 다롄시 ‘IT산업촉진발전공작위원회’ 부주임

-前 박근혜 한나라당 대통령 경선 후보 IT특보
-前 ETRI 초빙연구원
-前 파워콜 회장

-現 The Radio News 편집인/주필
-現 (사)한국방송통신이용자보호원 수석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