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밝힌 권력기관 개편안을 들여다보면 검찰과 국정원으로부터 막강한 권한을 빼앗고 경찰에 힘을 실어준 것 같다.

물론 그동안 양대 기관이 저지른 폐해가 너무 심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권력분산의 개편작업은 타당하다 하겠다.

그러나 문제는 검찰과 국정원의 전문영역을 빼앗아 경찰이 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수다. 그야말로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정도가 지나치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는 법이다.

‘미운오리 새끼’ 대하듯 무작정 들고 있던 장난감을 빼앗아 경찰에게 쥐어준다면, 이 또한 경찰의 비대한 세력으로 인한 불상사가 도처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전 교통경찰관 월수입(?)이 수 천만원을 뛰어넘던 시절이 있었다. 바로 독점권한에서 오는 문제점을 이미 오래전에 우리사회는 겪은 바 있다.

경찰자체가 격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경찰이 가져야 할 수사권이 너무 과도하면 검찰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정부부처 간 이기주의로 문제가 발생하듯이 검경 간의 새로운 대립마찰이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에 넘기게 되면 간첩을 잡는 일을 경찰이 맡아야 하는데, 이는 전문성이 없다는 점에서 실효성은 없다고 본다.

청와대의 이 같은 권력기관 개편 안은 솔직히 감정적으로 처리한 부분이 엿 보인다. 마치 국정원과 검찰에게 휘둘렸던 과거정부에 대한 보복차원(?)의 힘 빼기가 읽혀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내가 당했기 때문에 무조건 개편하겠다는 속 좁은 모습이 결국 무리수를 빚는 개편 안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이 바로 ‘내로남불’ 이다. “내가하면 괜찮고 남이 하면 안 된다”식의 사고가 과거정부나 현 정부 똑 같다는 점이다.

“당한 것만큼 갚아줘야 한다”는 정치적 보복에서 오는 한국정치의 고질병은 결국 우리사회를 과하게 또는 덜하게 만드는 주범인 게다.

모든 법안은 상식선에서 만들어져야 한다. 여야정치권도 이를 어겨서는 안 된다.

밴댕이 속처럼 좁아터져서 정권을 잡은 측이나 뺏긴 쪽이나 과거에 사로잡혀서 정치보복만을 생각하지 말란 것이다.

먼저 생각해야 할 게 국민권리다.

경찰이든 검찰이든 국정원이든 상식 밖에서 행하는 일들로 국민들이 피해를 봐서는 안 된다. 그 것이 선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