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차이나패싱'(중국 배제) 우려가 제기되는 데 대해 중국 전문가들의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이나 대다수 학자는 '중국 주변화'는 우려할 일이 아니라고 보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한과 미국 정상이 직접 담판에 나서면서 중국이 '카드'로 전락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10일 대만 자유시보에 따르면 중국 문제 전문가인 정융녠(鄭永年) 싱가포르국립대 동아시아연구소 소장은 북한이 중국을 다루려는 미국의 새로운 플랫폼이 되면서 중국이 '협상 카드'로 변질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학술위원회 주임을 맡고 있는 중국 화남(華南)이공대의 웨이신(微信) 계정을 통해 "북미 정상회담으로 북한이 미국의 속국까지는 되지 않겠지만 일정 정도 미국이 중국에 대처하는 창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어 "북미협상의 카드 중 하나로 중국이 희생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중국을 희생하는 것이 미국의 최우선적 고려사항이 될 것"이라며 "일체가 중국을 겨냥하고 있고 그 나머지는 모두 부차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종국에 미국의 선봉대 역할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나 학자들은 '차이나 패싱'론을 부정하며 북미 대화가 중국 정부가 주창해온 쌍궤병행(雙軌竝行·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과 쌍중단(雙中斷·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의 실현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국제문제연구원 궈셴강(郭憲綱) 연구원은 "북미협상을 더이상 제로섬 게임이나 냉전적 사고로 봐서는 안 된다"며 "이번 북미 대화는 중국이 제창한 쌍궤병행론에 부합한다. 중국은 기꺼이 양국의 소통을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궈 연구원은 "북한과 미국이 대화에 나서게 된 것은 중국의 지난한 노력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북한이 미국과 화해에 이르더라도 중국과 적대할 이유는 없다"며 "북한이 중국에 기대지 않으면 미국에 의존할 것이라는 제로섬 사고방식은 뒤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전날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해법인 쌍중단이 가장 좋은 처방이라고 거듭 강조하며 "북미 양측이 드디어 한 걸음을 내디뎌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제재만으로는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할 수 없고 한반도 핵 문제 해결의 근본은 대화와 담판 등 정치 및 외교 수단을 통하는 것"이라면서 "제재가 만든 압력을 담판의 동력으로 제때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구시보 역시 사평(社評)에서 "중국이 한반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목표는 바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와 안정"이라면서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중국이 주변화한다는 생각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