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로도 불리는 국내 대기업집단 계열사 100곳 중 85곳은 비상장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재벌들은 비상장사를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3세나 4세의 세습 수단으로 악용한다는 지적 등을 받아왔는데, 최근 10년간 늘어난 재벌의 비상장 계열사 수는 상장사의 10배에 달했다.

최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재벌 총수 일가에게 주력이 아닌 계열 비상장사의 지분을 정리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재벌 총수가 있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27곳의 작년 말 기준 계열사는 1천142곳으로, 이 가운데 85.0%인 971곳이 비상장사다.

그룹별로 보면 삼성은 63개 계열사 중 비상장사(47곳)의 비중이 74.6%였고 현대자동차(80.4%), SK (83.0%), LG(83.8%), 롯데(89.1%) 등 그룹은 80%대에 달했다.

특히 부영그룹은 계열사 24개가 모두 비상장사고 한국투자금융(96.6%), 교보생명보험(92.9%), 미래에셋(92.7%), 금호아시아나(92.0%), GS(91.3%), 한화(90.0%) 등 그룹은 비상장사 비중이 90%를 넘었다. 비상장사 비중이 제일 낮은 그룹은 KCC(57.1%)였다.

재벌들은 그동안 비상장사 수를 경쟁하듯 늘려왔다.

이들 재벌 그룹 27곳의 지난해 말 현재 비상장사 수(971개)는 10년 전(595곳)보다 무려 376개(63.2%)가 늘었다. 같은 기간 이들의 계열 상장사 수가 134곳에서 171곳으로 37곳(27.6%)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증가 속도가 훨씬 빠르다.

그룹별로 보면 롯데는 비상장사 수가 2007년 말 36개에서 지난해 말 82개로 46개 증가했고 하림[136480]은 같은 기간 9개에서 52개로 43개 늘어났다.

또 LG그룹은 35개가 늘었고 SK(34개), 한화(31개), LS(26개), 신세계(21개) 등 그룹도 비상장사 수가 많이 늘어난 편이다.

그러나 롯데그룹은 이 기간 계열 상장사가 7곳에서 10곳으로 3곳 늘어나는 데 그쳤고 SK의 상장사도 4곳 증가했을 뿐이다.

또 한화그룹도 상장사 수는 2개 늘어나는 데 그쳤고 LG그룹의 상장사는 1곳만 증가했다.

LS나 한국투자금융, GS 등 그룹은 상장사 수가 10년간 변함이 없었다.

급속하게 증가한 비상장사는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과 세습 수단이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특히 재벌들은 3, 4세가 지분을 많이 가진 비상장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부의 대물림'을 한 사례가 적지 않다. 투자자에게 공시 등을 통해 회사 내부 사정을 공개해야 하는 상장사에 비해 비상장사는 외부 감시가 덜하다는 점 등이 악용되고 있는 셈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대기업 총수 일가에 시스템통합(SI), 물류, 부동산관리, 광고 등 그룹 핵심 사업과 관계없는 비상장사 지분을 처리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총수 일가가 지분을 많이 보유한 비상장사가 계열사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로 부당한 이익을 얻고 공정거래를 해칠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비상장사는 총수 일가에게 거액의 배당을 주는 용도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부영그룹의 비상장사인 광영토건은 이중근 회장과 그의 장남인 이성훈 부영주택 부사장에게 당기순이익(6천200만원)의 165배가 넘는 102억원을 배당했다. 이 회사는 2013년에도 이들 2명에게 100억원을 배당했는데, 당시 순이익은 7억7천만 수준이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재벌개혁위원장인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재벌 기업의 비상장사들을 보면 3세나 4세 자녀의 지분율이 무척 높다"며 "비상장사를 통해 사익 편취를 위한 일감 몰아주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박 교수는 "일감 몰아주기 문제를 상장유지 요건에 넣어서 상장사가 일감 몰아주기를 하는 것이 심각하면 상장 폐지되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면서 정부의 대응책 강화를 주장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