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 ‘음모론’•온라인 정부규제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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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 ‘음모론’•온라인 정부규제 비판‘정보문화포럼’ 참석자 대다수 “공론장 위축 정책 반대”

서정순 기자 | sjs@ituf.or.kr

기사 등록 시간 : 2008년 10월 02일 (목) 10:13:12

정보문화진흥원(원장 손연기 www.kado.or.kr) 주최로 ‘제 9회 정보문화포럼’이 지난달 30일 개최됐다. 이날 포럼은 상반기 가장 큰 이슈였던 촛불집회를 화두로 ‘성숙한 인터넷 토론문화, 어떻게 가꿀 것인가’라는 주제 아래 이뤄졌다.

국내외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토론의 사례를 분석하고, 성숙한 온라인 토론 문화를 만들기 위한 방식을 모색해보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이번 자리에서는, 조화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사이버 액티비즘과 숙의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주제로 기조 발제를 했으며, 이어 ‘참여와 소통을 위한 온라인 토론 모델’을 주제로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윤성이 교수의 발제가 있었다.


▲ 정보문화진흥원(원장 손연기) 정보문화포럼(의장 이각범)이 30일 마련한 '성숙한 인터넷 토론문화, 어떻게 가꿀 것인가’라는 주제의 '제 9회 정보문화포럼'에서 대다수 발제 및 토론 참여자들은 온라인 토론문화에 대한 정부 규제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다.

조 교수는 발제에서 촛불의 열기가 한창 뜨거웠던 4월 18일부터 6월 30일까지 다음 아고라 정치토론방, 82쿡 닷컴, 엽기 혹은 진실 등 3곳의 게시판을 분석, “우리 사회가 어느 정도 온라인 토론을 위한 숙의 민주주의는 이뤄졌다고 보지만 개방성과 다양성 측면에서는 아직 미흡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온라인 숙의 민주주의를 갖추기 위해서는 단순히 네티켓이나 시민의식에 기댈 것이 아니라 제도적 장치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여기서 ‘제도화’란 ‘법’제도가 아니라 온라인을 통해 나온 의견이 정책에 잘 반영될 수 있는 ‘준비된 틀’이다”는 점을 강조했다.

두 교수의 발제 후, 패널 토론에서는 각계 전문가가 참여, 앞서 치러진 논문에 대한 의견과 온라인 토론 문화에 대한 생각을 개진했다.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강태환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인터넷 토론의 확산은 과거 개개인들에게 참정권을 부여했던 시기와 같은 혁명적인 일이다”며, “정부는 촛불 집회 배후론 같은 음모론을 들먹일 것이 아니라 전문가들의 영역으로만 느껴졌던 부분을 일반인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서툴더라도 충분히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격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항우 충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상에 비해 현실은 따라가지 못하기 마련”이라며, “대립, 갈등, 적대화도 민주주의가 도입되는데 필요했던 요소였던 만큼 온라인 게시판에서의 토론도 다양한 민주주의의 한 방향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더불어 인터넷 실명제 강화, 사이버 모욕죄 도입, 게시글 삭제 등 공론장을 위축시킬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현 정부를 비판했다.

이원태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책임 연구원도 이항우 교수의 의견에 상당부분 동의하면서, “정부는 제도의 빈곤을 논하기에 앞서 좀 더 많은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토론방을 만들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토론 시 “주관성을 앞세운, 기사 형식을 갖추지 못한 글을 근거로 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전자신문 이택 논설실장은 “현재 우리나라 인터넷 토론 문화는 욕설이나 과도한 인신공격 등 공격적이고 거칠다”며, “비방이 난무한 글들은 포털측에서 삭제 혹은 편집을 통해 중화해야 한다”고 말해 게시판 글 관리에 대한 포털의 안이한 대응을 꼬집었다.

인터넷 미디어 협회 변희재 정책위원장도 포털의 책임성을 강조하면서 “강한 편집권을 가진 포털이 등장, 어떤 글을 탑으로 선정해 올리느냐에 따라 여론이 좌지우지 되고 있다. PC통신 시절 존재했던 그나마 객관적인 토론방들이 사라졌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내며, “토론의 다양성과 성숙을 위해서는 토론 방식이 예전의 하이텔처럼 네티즌 스스로 토론방을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털의 기능을 강조한 의견에 대해 촛불 집회의 중심에 있었던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최성진 대외협력실장은 “다음 아고라는 욕설 등을 관리하는데 연간 90억원을 사용하고 있다”며, “이는 NHN에 이어 국내에서는 2번째 규모다”고 설명하면서 다음이 게시판 관리에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토로했다.

또 최 실장은 “편집진의 의도대로 이슈가 조장된다”는 변 정책위원장의 의견에 대해 “아고라는 누리군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열린공간”이라며, “찬/반이 아닌 다른 네티즌들도 읽어보면 좋겠다고 판단된 글들을 상단에 올리고 있다”고 말해 변 위원장의 의견을 반박했다.

더불어 향후 “게시판에 ‘네티즌과의 대화’라는 공간을 마련, 이곳에서는 자신의 소속과 이름을 밝히고 의견을 개재하도록 해 양질의 토론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김혜영 행정안전부 정보문화과장은 “성숙한 온라인 토론 문화를 위해 의견을 수렴하는 거버넌스로서의 정부의 기능을 숙지하고, 온라인 토론 게시판에서 사회자나 토론 관리자를 제도적으로 도입하는 부분을 추진해보겠다”며, “하지만 정부차원의 노력과 함께 민간차원의 노력도 있어야 함”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