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삼성전자 법무팀 변호사를 지낸 전직 지청장을 검찰국장으로 재임용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무산됐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 검찰인사위원회는 이날 오전 회의를 열고 유혁(52·사법연수원 26기) 전 창원지검 통영지청장을 검사로 신규 임용하는 안건을 부결했다.

위원회 관계자는 "대검검사급 검사로 임용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전했다.

법무부는 유 전 지청장을 검사로 임용한 뒤 대검검사급(검사장)인 검찰국장 보직을 주는 방안을 마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검찰국장은 검찰 인사·예산을 총괄하는 핵심 요직이다. 대통령령인 '법무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에는 '검찰국장은 검사로 보한다'고 규정돼 있다.

유 전 지청장은 1997년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가 2005년 사직해 삼성전자 법무팀 상무보로 일했다. 이듬해 검찰에 복귀해 의정부지검 형사5부장과 대검찰청 조직범죄과장, 속초지청장 등으로 근무했고 지난해 재차 사직해 변호사로 개업했다.

검찰에서는 퇴직한 변호사를 검사장으로 재임용하려 한 사례가 극히 드물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검찰 관계자는 "검찰총장을 제외하면 문민정부 이래 변호사를 검사장으로 임용한 사례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법무부의 유 지청장 임용 시도가 경력검사 임용 절차를 어긴 특혜성 조치였다는 비판도 있다.

경력검사 채용은 통상 서류전형→실무기록평가→인성검사·역량평가 순으로 진행된다. 유 전 지청장은 공모절차 없이 이날 오전 인사위 개최 직전 법무부에서 면접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검사 임용은 예외 없이 공정경쟁 선발"이라며 "위법한 선발을 지시한 사람에게 직권남용죄를 물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이날 유 전 지청장 임용 안건과 함께 검사장급 승진·전보 인사안을 논의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