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이 비슷한 시기에 전력난을 대비한 절전 운동을 벌이고 있지만, 방법에서는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이 절전 방법을 구체적으로 지정하는 반면, 일본은 전력 수급 사정이 가장 악화됐던 2011년에도 절전 목표만 제시했을 뿐 구체적인 방법은 개별 사업자에게 맡겼다.

한국은 소매업체의 냉방 온도를 지정하고, 냉방을 할 때에는 문을 닫으라고 요구, 이를 어기면 과태료를 부과한다. 정부가 이른바 '개문 냉방 금지' 정책을 실시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심각한 전력난이 예상되자 계약 전력 100㎾ 이상 업체에 대해 냉방 온도를 26℃로 설정하라고 요청, 어떤 업체든 에어컨을 켰을 때 문을 연 채 영업을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계약 전력 5천㎾ 이상 대규모 전기사용자에 대해서는 지난해 사용량보다 3∼15%를 줄이라고 '의무 감축'도 요구했다. 

종전에 에어컨을 켠 채 문을 열었다고 해서 실제 과태료를 부과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 사업장 35만467곳을 점검했지만, 과태료를 부과한 곳은 9곳뿐이었다.

이 때문에 "일회성 단속으로 흐를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반면 일본은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사고로 전력 수급 사정이 악화된 2011년 계약 전력 500㎾ 이상인 사업체에 대해 전력 사용량 15% 의무 감축을 요구했고, 이를 어길 경우 벌금을 부과했다.

지난해에는 규제를 완화, 올해부터는 아예 수치 목표를 제시하지 않은 채 자율 절전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냉방 온도를 몇 도로 맞추라거나 문을 열지 닫을지 규제한 적은 없고, 절전 방법이나 수단은 각 사업자가 알아서 선택할 뿐이다.

이런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뭘까. 한국이 의무 감축 대상을 확대하기보다는 낭비 행태를 일소한다는 '계도'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일본 정부는 결과적으로 절전 목표를 달성했는지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절전 담당 부서인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절약협력과 관계자는 "우리는 2011년의 일본 만큼 전력 사정이 심각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의무 감축 대상을 더 확대할 경우 규제 심사에 걸릴 수 있다"며 "다만 문을 열고 냉방 영업하는 등 지나친 낭비와 후진국 행태는 근절하자는 것이다. 여기에는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일본의 절전 담당 부서인 경제산업성 산하 자원에너지청 전력기반정비과 관계자는 "일본도 '절전 포털 사이트' 등을 통해 효과적인 절전 방법을 제시하고는 있지만, 구체적인 절전 방법·수단까지 정부가 지정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