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와의 합병을 통해 증시에 상장한 기업이 3년 만에 최대가 될 전망이다.

22일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등에 따르면 현재 스팩 합병 상장한 곳은 총 10개사다.

지난 2월 애니플러스가 미래에셋대우스팩2호와 합병 상장한 것을 시작으로 네온테크·지엔원에너지·레이크머티리얼즈 등 코스닥 상장사 10곳이 증시에 입성했다.

여기에 비올, 더블유에스아이(WSI), 오하임아이엔티 등 연내 스팩 합병 상장을 예고한 7개사를 더하면 총 17곳이 스팩 합병 상장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작년(11개)보다 55% 늘어난 것으로 지난 2017년(21개사) 이후 최대다.

송용주 대신증권 연구원은 "전반적으로 혁신 기업이 많아진 것과 함께 올해 개인 투자자의 참여 등으로 증시에 자금이 몰리면서 스팩 합병 상장도 함께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스팩(SPAC·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은 발행주식을 공모한 후 다른 기업과의 합병이 유일한 사업목적인 명목상 회사(페이퍼컴퍼니)를 말한다. 상장 후 3년간 비상장기업을 물색해 인수합병(M&A)의 방식으로 이들 기업을 상장시킨다.

비상장기업 입장에서는 기업공개(IPO)보다 공모 절차가 줄어들어 신속한 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거래소는 우량 중소기업의 신속한 조달 등을 목적으로 2009년 12월 국내 주식시장에 스팩 제도를 도입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와 관련해 "정석적으로 기업공개(IPO) 절차를 밟다 보면 2∼3년 긴 시간이 소요된다"며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시장 변동성이 크다 보니 단기에 이뤄지는 스팩 합병 상장이 늘어난 듯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뉴딜 정책 등으로 이뤄지고 있는 다양한 지원·투자에 부응하는 기업도 나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 스팩 합병 상장은 지난 2012년에는 소프트웨어, 2014∼2015년에는 화장품 업종 등 주로 주목받는 업종의 기업들이 많이 이용한다. 올해 입성한 스팩 합병 기업들도 온라인 광고(와이즈버즈), 의료기기(덴티스), 바이오(카이노스메드), 2차전지(나인테크) 등 투자자들의 관심이 몰린 업종이 많았다.

스팩 정관에도 신재생에너지, 소프트웨어, 바이오제약, 의료기기, 게임 등 미래 유망한 업종으로 꼽히는 산업을 합병 중점 산업군으로 명시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합병 중점 산업군 중에서 잠재적인 성장성이 돋보이고 실적이 뒷받침되는 회사들을 물색한다"며 "그런 다음 피합병회사가 선호하는 자본크기에 맞게 매칭해 합병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투자자에게 스팩은 적은 위험 부담을 안고 성장 기업에 투자하는 기회가 된다. 스팩은 합병 실패 시 해산 절차를 밟게 되는데 투자자는 원금에다가 예치 이자율을 더해 돌려받을 수 있다.

만약 우량 기업과의 합병에 성공하면 주가 상승에 따르면 시세 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공모 절차가 짧은데다 성장 기업인 경우가 많은 만큼 스팩 합병 상장 기업에 투자할 때는 더 꼼꼼히 살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금감원에 따르면 2018년까지 합병 상장한 68개사 중 43개사가 합병 1년 후 매출이 증가했다. 그러나 42개사가 영업이익이 감소했으며 14개사는 손실로 전환했다.

올해 입성한 10개사의 합병 상장 후 3개월간 주가 등락률을 보면 2개사만이 코스닥 지수보다 나은 성과를 거두는 등 주가 변동성도 큰 모습이었다.

박종선 연구원은 "대개 스팩으로 들어오는 경우를 보면 정책적 지원 등 시장 상황이 급변했을 때 빠르게 시장에 진입하길 원하는 기업들이 많다"며 "실적 등의 변동성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기간에 상장이 이뤄지는 만큼 아무래도 IPO보다는 체계적으로 기업을 들여다볼 시간도 부족하다"며 "재무제표, 회사의 사업 내용, 기술 평가 등을 깊이 보고 투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올해 스팩 합병 상장 기업

◇ 올해 스팩 합병 상장 예정 기업

(자료=한국거래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