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댓글의혹 사건으로 정국이 꼬인 가운데에서도 여야는 26일 현안인 '결산국회' 소집 문제를 놓고 책임 공방을 벌였다.

국회법상 국회는 9월 정기국회 소집에 앞서 8월말까지 전년도 집행예산의 결산안을 심사·의결해야 하나, 여야는 시한을 사나흘 남겨둔 이날까지도 결산국회를 정상화하지 못한 상태다.

새누리당이 이날 결산심사를 위해 단독으로 상임위 소집을 추진했으나 민주당이 반발하면서 양당간 협상의 여지는 더욱 좁아진 형국이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이 진심으로 국민을 생각하고 민생을 책임지는 공당이라면 오늘이라도 당장 국회에 들어와 여당과 함께 작년도 결산안을 심의·의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같은 당 김재원 전략기획본부장도 MBC라디오에 출연, "야당은 대통령이나 여당이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만 내걸고 있다"면서 "좋은 방향으로 국회를 이끌어갈 기회가 거의 소진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정당이라는게 대외적으로 강경 목소리가 나오더라도 내부적으로는 협상파도 있어야 하는데 지금 야당에서는 거의 강경한 목소리만 있다"면서 "협상이나 대화 분위기는 사라지는 국면"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당 전병현 원내대표는 서울광장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새누리당의 단독국회 소집은 국면전환용이자 여론호도용 궁여지책"이라며 "야당이 국회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말하는데 여당이 이렇게 뻔뻔해서는 안 된다"고 비난했다.

같은 당 민병두 전략기획위원장은 MBC라디오에서 "결산국회와 관련해 여당의 진지한 협상 노력을 접해본 적이 없다"면서 "민주당은 계속 민생국회를 열자는 입장이었는데 새누리당이 거부했다"고 반박했다.

민 위원장은 이어 "새누리당 내에서 황우여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의회주의자들의 입지를 살려줘야 한다"며 여당의 강경론에 책임을 돌렸다.

국정원 개혁 문제도 여야의 대치 국면을 심화시키고 있다.

민주당은 국정원의 정치개입 논란을 막기 위해 아예 국내 부문을 없애자는 입장이나, 새누리당은 국정원 운영상의 문제점을 보완하면 된다는 쪽이다.

민병두 위원장은 "작년 대선은 정보기관이 자행한 부정선거로 박 대통령과 여당이 합리적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으나, 김재원 본부장은 "국정원 방첩기능이 상당 부분 국내에서 이뤄지는데 그런 조직 전체를 없애자는 것은 결국 국정원의 한쪽 기능을 마비시키자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