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핼러윈 참사’ 발생을 바라본 국민시각은 착잡하다.

이번 사고에서 드러난 경찰의 안이한 태도는 물론 윗선인 행정안전부의 평상시 대국민 안전망 구축은 그야 말로 ‘부실’ 자체라는 게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사고 전 경찰의 안전대책은커녕 사고발생 후에도 귀찮다 못해 게을러빠진 행태는 형사적인(?) 책임을 물어도 시원찮을 판이다.

사고 사흘 만에야 머리 숙여 사과한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윤희근 경찰청장을 향한 민심은 폭발하고 있다. 사고관련 모든 책임자들을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정치권이 나서서 ‘추모가 먼저’라며 책임을 뒤로 미루는 모습도 너무 얄팍한 속내다.

자칫 민심의 정치적 역풍을 우려한 나머지 여야도 서로 눈치만 보는 모습도 아이러니다. 실로 오랜만에 보는 여야의 성숙한(?) 침잠이다.

하지만 오래갈 여야가 아니다. 이번 사고로 여야는 사생결단의 정치적 정쟁으로 이어갈 게 뻔하다.

이번 사태 과정에서 이 장관과 윤 청장이 즉각 사퇴하지 못하고 애도기간 운운하며 시간을 끄는 게 촌스럽다. 아직도 자신들의 잘못을 실감하지 하지 못하는 게 우둔하다.

사고 발생 즉시 사퇴를 선언하고 사망지 대책 및 부상자에 대한 국가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

문제는 이렇게 해야 한다고 말해주는 당정대 어느 누구도 없다는 게다.

결국 행정안전부, 경찰청, 소방청, 서울시, 담당 구청 등 관련 부서 책임자와 부서장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게 여론이다.

사고 초기부터 안전방안을 강구하지 못한 인재(人災)임을 인정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했더라면 민심이 분노하지 않았을 것을, 눈치만 보다가 결국 국민들의 분노를 사게 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와 관련 112 신고 대응 못한 경찰에 격앙된(?) 어조로 “철저히 진상을 밝히라"고 지시했다. 이는 경찰청장과 윗선인 행정안전부 장관의 책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사전예고다.

사건 초기 행안부나 경찰청이 머뭇거리며 자신들의 과오를 말하지 못한 것은 이를 빌미로 정치적 악용으로 현 정부를 공격하려는 야당의 공세를 의식했던 것 같다.

정말 그렇게 생각했다면 악수다. 야당이 지적하건 말건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하고 사퇴의사를 밝혔다면 오히려 현 정부에 부담을 덜어줄 수 있었을 것이란 점이다.

결국 사고 현장사태에 대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정부나 관계부처의 모습은 야당에게 정치적 호재(?)를 건네준 셈이다.

‘애도기간 먼저’, ‘추모 먼저’라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연출하는 정치권의 코미디가 주는 모습 뒤엔 더 큰 싸움이 준비되고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이번 사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차기 총선 및 국정운영 전반에 걸쳐 승패의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