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케이블이 깔린 내륙과 달리 무선망을 쓰는 서해5도 통신망이 최근 내린 낙뢰에도 영향을 받는 등 기상 악화에 취약해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3일 인천시 옹진군 등에 따르면 눈이 많이 내린 지난해 12월 중순께 대청도 삼각산에 설치된 마이크로웨이브 무선망 장비 일대에 낙뢰가 떨어져 섬 주민들의 휴대전화 통신에도 지장이 생겼다.

서해5도 무선망은 섬에 설치된 철탑 안테나를 통해 전자기파를 보내서 무선 통신하는 방식으로, 유선망을 쓰는 육지보다 고품질 영상이나 데이터를 보내기가 어렵다.

당시 섬에 5㎝ 넘는 눈이 내리고 낙뢰가 함께 치면서 삼각산에 설치된 무선 장비에도 전기적 문제가 생겼다.

게다가 기상 악화로 인해 인천∼백령도 항로의 선박도 운항하지 않아 수리에 필요한 부품도 제때 수급할 수 없었다.

선박 운항이 재개된 뒤 필요한 부품을 육지에서 실어와 장비를 점검하는 동안 주민들은 좋지 않은 통화 품질에 시달려야 했다.

이 같은 서해5도의 통신 불안정 문제는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 지역 특성상 더 자주 되풀이된다.

백령도 일대는 해무 입자가 굵어 전파를 방해하는 현상이 잦고 날씨가 좋을 때마저도 햇볕에 전파가 산란해 통신 장애가 빚어지는 경우가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기에도 인터넷 연결이 너무 느려 백령도와 대청도 학교의 원격 수업에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다.

백령도 한 통신사 관계자는 "특히 대청도에 있는 무선망 장비는 높은 곳에 있어 낙뢰 등에 더욱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2010년대 인천시가 섬 내 철탑 위치를 높여 무선 수신율을 보완하고 장비 용량도 늘리면서 통신 장애가 대폭 개선됐지만 서해5도 주민들은 본질적인 해결책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현재 옹진군 섬에서 1초당 보낼 수 있는 최대 용량은 8.3Gbps로, 용량 제한이 없다고 봐도 무방한 육지의 광케이블과는 차이가 크다.

백령도 통신원 심효신씨는 "당시 장비 문제로 통화가 계속 잘 터지지 않고 지지직거리는 등 품질이 좋지 않았다"며 "통신망이 잘 터지지 않으면 면사무소 등에서 해주는 각종 행정·민원 서류 발급에도 차질이 빚어져 생활에도 큰 불편이 있다"고 설명했다.

시는 앞서 2017년 인천에서 백령도까지 280㎞ 구간에 해저케이블을 매설하는 방안도 추진했으나 별다른 진척 없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당시 시는 수심이 낮은 인천 앞바다 바닥을 파내 케이블을 묻는 데 사업비 430억원가량이 필요하다고 추산했으나 물가 상승으로 인해 예산도 더 들 것으로 보인다.

옹진군 관계자는 "해저케이블 매설 사업은 서해5도 종합발전계획의 중장기 검토 과제에 포함해 중앙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다"며 "기초자치단체 차원에서 예산을 확보하기는 어려워 정부 협조가 꼭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