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지상 논설위원(광운대 전자공학과 교수)

하드웨어(Hardware : HW)와 소프트웨어(Software : SW)의 등장은 컴퓨터와 그 시기를 같이 한다. 하드웨어는 컴퓨터의 모든 부품을 포함하는 물리적 개념이다. 소프트웨어는 이러한 고체 덩어리 전자 부품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생명을 불어넣는 '두뇌'와 ‘심장’의 역할을 한다.

즉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고체 덩어리 컴퓨터를 우리가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인 것이다.

오늘날 컴퓨터에서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한 이유도 하드웨어 성능의 진화와 더불어 다양한 소프트웨어의 개발 덕분이다. 쉽게 얘기하면 컴퓨터의 성능은 소프트웨어의 비중이 9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컴퓨터는 디지털 시스템의 대표이다. 디지털이란 컴퓨터의 동작을 가능케 하는 혈액과도 같은 존재인 신호를 표현하는 방법 중의 하나인데, 모든 신호를 0과 1로만 표현하는 방법이다.

결국 컴퓨터를 포함한 모든 디지털 시스템은 0과 1의 신호로 동작하고 이러한 원리로 디지털 시스템들은 상호 호환이 가능하다. 바로 ICT 분야 간의 융합이 가능한 이유다.

최근 ICT 분야의 키워드는 스마트이다. 즉 모든 ICT 기기들이 디지털화 되고, 여기에 컴퓨터의 기능이 더해진 스마트한 상태로 진화한 것이다. 따라서 ICT 분야에서 소프트웨어는 90%이상의 중요성을 갖게 되었고, 앞으로도 그 중요성은 무게와 범위를 더해 갈 것이다.

소프트웨어의 최강국 미국과의 한 통계 자료를 비교하면 우리의 문제가 무엇인지 한 눈에 알 수 있다. ICT 분야의 인력 비교다.

2010년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와 미국 노동청 자료를 보면 미국은 하드웨어 인력이 6만5400명으로 전체 5%인 반면 소프트웨어 인력은 124만9600명으로 95%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우리나라는 하드웨어 인력이 47만 명(77.3%)이고 소프트웨어 인력은 13만8000명(22.7%)에 그쳤다. 이 통계는 국가별 소프트웨어 인력 증가 추이도 보여준다.

인도와 중국 등은 2006년부터 2009년 사이에 약 70% 증가했지만 우리는 16.9% 증가했을 따름이다. 이 통계자료는 국내 소프트웨어 분야의 위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앞으로 소프트웨어 융합 가속화는 더욱 심화 될 것이다.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애플 등에 의한 소프트웨어 제국의 구속력은 더욱 거세질 것이며 이와 맞서기 위해서는 개별 기업의 노력뿐 아니라 사회, 문화, 교육 전반의 사회적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

특히 소프트웨어 분야는 생리적으로 일등 밖에 살아남을 수 없는 치열한 경쟁구도를 가지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의식 전환이다.

아직까지도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소프트웨어는 공짜라는 인식을 바꾸고, 결과물이 눈에 보이지 않는 소프트웨어 개발은 연구비 예산을 배정하지 않으려는 하드웨어적인 사고방식을 우리 정치인들부터 버려야 한다.

최고급 소프트웨어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먼저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 소프트웨어 분야는 인력을 양성하는데 특히 시간이 오래 걸린다. 소프트웨어를 컴퓨터와 대화하기 위한 일종의 언어라고 본다면, 우리가 영어를 배우는데 소요하는 시간을 상상하면 될 듯싶다.

10여년의 영어교육을 받아도 외국인과 자유롭게 대화하는 것이 쉽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짧은 시간 내에 단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소프트웨어 인력을 양성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초중고부터 창의적인 프로그램 개발과 함께, 소프트웨어 인력 양성을 위한 조기 교육이 필요하고 대학에서도 좀 더 특화된 전문가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삼성그룹이 향후 5년간 1700억을 투자해 소프트웨어 인력 5만 명을 양성하기로 한 결정은 소프트웨어 산업이 미래 산업의 핵심엔진이고, 소프트웨어 인력 양성 없이는 이 핵심엔진을 확보할 수 없다는 판단일 것이다. 그나마 미래 희망이 보이는 결정이 아닐 수 없다.

SW 산업은 고용유발효과도 일반 제조업의 2배나 되기 때문에 청년실업문제 해결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 특히, 제조업을 기피하는 청년층 일자리 창출에도 적합하다.

또 창의성과 아이디어만 있으면 창업은 물론 글로벌 경쟁이 가능해 현 정부가 추진 중인 창조경제 실현의 기반이 될 수 있다.

당장에 결과를 내기는 어렵지만 미래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소프트웨어 인력 양성을 위한 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더불어 소프트웨어 분야의 생태계를 만드는 데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

소프트웨어 산업이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은 간단하다. 정부 사업부터라도 소프트웨어에 대한 대가 기준을 정상적으로 집행하여야 한다. 그러면 소프트웨어 회사는 돈을 벌어 다시 R&D에 투자를 하고, 더 좋은 소프트웨어 개발과 인력 양성이 가능할 것이다. 즉 건전한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지금의 ‘IT 강국’이 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소요되지 않았다. 물론 빠른 시간 내에 성장을 위한 목표 달성을 위해 편식을 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이다. 우리의 글로벌 ICT 기업들이 혁신과 변화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생존을 위해 과감한 R&D 투자를 실천하고, 기업 문화를 바꾸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여기에 미래 지향적인 원천기술 개발을 위한 정부의 관심과 투자가 더해진다면 진정한 ‘IT 강국 : 소프트웨어 강국’을 실현하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생각한다.

소프트웨어 생존을 위한 연구와 정책이 넘쳐나고 있다. 그 내용들도 하나같이 논리적이고 설득력이 있다. 결국 우리가 몰라서 안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문제는 “실천”이다. '2018년 SW산업 세계 5강', ‘2020년 과학기술 5대강국’과 같은 거창한 구호보다는 실천으로 이어지기 위한 모두의 하나 된 노력만이 ‘ICT 강국“의 미래를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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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운대 전자공학과 교수
。KBS 경영평가위원
。차세대방송기술협의회 공동의장
。UHD 방송 추진협의체 유료방송분과 위원장
。700MHz 활용방안 연구반 위원
。한국방송공학회 방송정책 및 3DTV 연구회 의장

。(전)광운대학교 정보통신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