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개발청은 임시조직이라고 생각한다."

25일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내년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새만금개발청과의 관계 설정을 묻는 취재진에게 이같이 말했다.

개발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새만금개발청의 권한을 지자체에 넘겨야 한다는 견해도 덧붙였다.

중앙행정기관 기능 축소를 넘어 궁극적으로 해체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읽히는 이 발언은 왜 나왔을까.

날 선 발언의 배경은 최근 역대 최대 규모 투자를 일군 전북도와 새만금개발청의 불편한 동행을 살펴보면 유추할 수 있다.

올해 1∼3월 새만금 산업단지에는 이차전지 소재 기업 등의 1조8천억원대 투자가 이뤄졌다.

지난 19일에는 LG화학과 중국 절강화유코발트가 1조2천억원을 투자해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전구체 생산 공장을 짓겠다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넉 달 만에 지난해 실적의 3배에 육박한 천문학적 규모의 투자가 몰리자, 전북도와 새만금개발청은 자신들의 노력을 강조한 보도자료를 앞다퉈 내고 기관 성과를 부각했다.

전북도는 '작년 말부터 이미 이차전지 특화단지 전담팀(TF)을 구성해 놀라운 성과를 이뤄냈다'고 했고, 새만금개발청은 '기업의 애로를 선제적으로 해결하고 끈질긴 맞춤형 협상을 했다'며 투자 유치의 공을 자신들에게 돌렸다.

이들 모두 성과를 낸 데 정치권의 적극적 노력이 있었음을 인정했지만, 상대 기관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자료에 언급하지 않았다.

기껏해야 상대 단체·기관장의 발언이나 협약식에 함께 참석했다는 내용 정도만 밝혀 조력자 수준으로 역할을 축소했다.

급기야 김규현 새만금개발청장은 최근 한 언론매체 기고에서 "지자체에서 중앙부처와 업무를 할 때 지자체 실무진은 최고위층끼리의 면담을 주선하곤 모든 책임을 다했다고 하는 관습이 있다. 이건 빌드업이 아니다. 과거 뻥 축구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간 지지부진했던 몇몇 과제들이 청장 취임 이후 지난 10개월간 빌드업을 통해 성공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면서 자신과 직원들의 노력을 추켜세웠다.

이날 김 지사의 날 선 발언은 새만금개발청의 이러한 행보를 겨냥한 것으로 읽힌다.

역대 최대 규모 투자를 유치한 광역지자체와 중앙행정기관이 성과의 공을 서로 가져오려다가 감정의 골이 깊어진 모양새다.

김 청장은 이날 김 지사의 발언에 대해 "새만금개발청은 임시조직이 맞다"며 "2050년까지 새만금 사업을 하기로 돼 있으니 그런 관점에서 보면 맞는 이야기"라고 밝혔다.

기고의 내용과 관련해서는 "중앙부처에 있을 때 일부 기초지자체에서 실무자 협의는 건너뛰고 고위직과 사진만 찍고 가는 게 안타까워서 한 이야기"라면서 "전북도를 생각하고 쓴 것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