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보라 신임 한국여성인권진흥원장은 "여성 대상 범죄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으며, 헌법상 기본권인 생명에 대한 보호를 (여성은)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10일 신 원장은 3월 30일 취임한 이후 이같이 답했다.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을 지낸 신 원장은 임기 중이던 2018년 현직 의원으로는 처음으로 출산휴가를 써서 화제가 된 바 있다. 출산 후에는 6개월 된 아들과 함께 국회 본회의장에 출석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가 불허되기도 했다.

신보라 한국여성인권진흥원장.

그는 당시를 회고하며 "일 가정 양립의 어려움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였고, 임기 중 출산을 경험하는 청년 여성 의원이 그만큼 손에 꼽을 정도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1983년생으로 만 40세인 신 원장은 국회의원 당선 당시 만 33세였으며, 역대 여성인권진흥원장 중 최연소다.

이어 "국회 내 청년 여성의 대표성이 당연히 높아져야 한다"라며 "여성이어야만, 청년이어야만 청년 여성을 대표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출산을 겪으면서 여성 관련 입법을 할 수 있는 역량이 분명히 생긴 것 같다"라고 했다. 그는 2017년 데이트폭력법을 대표 발의했으며, 출산 과정에서 난임을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관련 법안들을 발의하기도 했다.

또한 '출산휴가를 썼던 당시와 지금을 비교했을 때 여성인권 수준은 얼마나 달라졌느냐'는 질문에 "여성의 학력이나 경제활동 참여 의지는 분명히 높아졌지만, (성평등 관련) 제도가 현실에 반영되는 속도는 여전히 더디다"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기업의 고위직이나 정치 영역에서 유리천장은 여전히 두꺼운 게 사실이고, 여성은 직업 선택에서도 여전히 제약받는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여성 대상 범죄가 여전히 자주 발생하고 있으며, 생명에 대한 보호는 헌법상 기본권인데 여성은 그것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측면을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라고 했다.

이와 관련, 지난 1년간 윤석열 정부는 여성인권의 가장 취약한 부분이 무엇인지 정확히 진단하고 지원을 강화해왔다고 호평했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로 '5대폭력(권력형성범죄, 디지털 성범죄, 가정폭력, 교제폭력, 스토킹범죄)피해자 보호·지원 강화'를 내세웠다는 건, 새롭게 등장하는 신종 폭력 범죄에 대해 강력히 지원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라고 평가했다.

더불어 "피해자 보호 사업 대부분은 여성인권진흥원 소관인데, 새 정부 들어서 5대 폭력 피해자들을 통합 지원하는 사업이 신규로 들어오게 됐고,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의 '잊힐 권리' 보장도 주요 국정과제로 선정돼서 지난 1년간 관련 인력과 예산이 많이 보강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와함께 여성인권진흥원의 상위 부처인 여성가족부가 폐지 기로에 놓인 것에 대해 "공은 국회로 넘어가 있는 상황"이라며 말을 아끼면서 "여성, 청소년, 가족 지원은 누구(지원 주체)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지원 방식)의 문제"라고 말했다.

또한 "정부안대로 여가부가 보건복지부 산하 본부로 편성되면 여성인권진흥원도 복지부 산하기관이 될 공산이 크다"며 "상위 부처의 위상과 역할에는 분명히 영향을 받겠지만, 디지털 환경이나 스토킹이 끊임없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진흥원의 기능은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여가부 폐지를 주장하는 일각에서 꾸준히 주장하는 '남성 역차별' 현상에 대해 "여전히 폭력 피해의 80%가량은 여성에게 집중되고 있지만, 남성 폭력 피해도 계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여성인권진흥원이라고 해서 남성 폭력 피해를 방관하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이어 "남녀 갈라치기의 문제로 치환할 게 아니라,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을 보고 피해자를 어떻게 보호할지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여성단체 등에서 윤석열 정부가 정책에서 '여성'을 지우고 있다고 지적한 것에 대해서는 "'프레이밍'보다 중요한 것은 실질적 정책 기능이다"라고 일축했다.

신 원장은 여성인권진흥원의 가장 큰 숙제로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디성센터) 정규직 인력 확보를 꼽았다. 디성센터는 2018년 4월 개소한 이후 꾸준히 인력을 확대해왔지만, 여전히 직원 39명 중 15명이 기간제 노동자다. 이들은 지난해 8천명가량의 피해자에게 총 23만여건의 상담, 피해 촬영물 삭제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 외에 "이번 정부의 기조가 공공기관 인력 효율화지만, 디성센터 인력 확보는 피해자의 실질적 보호를 위해 꼭 필요하다"라며 "발로 뛰며 기획재정부와 국회를 설득해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