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부산시는 민관협력기구 추진

정부가 이른바 '출생 미등록 아동' 관련 비극을 막기 위해 출생통보제·보호출산제 등의 법제화에 속도를 내기로 하고 민간과 함께 '출생 미등록 아동 보호체계 개선 추진단'을 구성한 가운데 지자체들도 관련 대책 마련에 서둘러 나서고 있다.

6일 전국 지자체에 따르면 경기도는 위기 임산부 핫라인을 오는 10월까지 전국 처음으로 구축하기로 했다.

위기 임산부는 경제적 부담과 사회적 편견으로 임신중절·유기·입양 등의 방법으로 출산·양육을 포기하고자 하는 등의 위기를 겪는 임산부를 말한다.

도는 군포시와 용인시에 있는 미혼모자기본생활시설에 24시간 핫라인을 개설할 예정이다.

시설에는 위기 임산부를 전담하는 사회복지사를 1명씩 배치하고, 이들은 핫라인 상담을 통해 위기 임산부 여부를 판단한 뒤 기형아 검사 등 산전 검사와 심리·정서 치료를 지원한다.

위기 임산부가 원할 경우 미혼모자기본생활시설을 임시 숙소로 사용하도록 하고 출산비·양육용품 등도 지원하며 시군과 연계해 주거·긴급복지 등 공적 지원에도 나선다.

제주도는 아동 학대 관련 광역전담기구 가동을 검토하고 있다.

이 광역전담기구는 제주도와 제주시·서귀포시, 제주도교육청, 경찰, 의료기관 등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위원회 성격의 기구다.

부산시도 '출생 미신고 영아' 사건을 아동학대의 범주로 보고 인식 전환을 위한 부모 교육 확대 등 다양한 대책과 제도적 장치를 강구키로 했다.

이를 위해 부산시교육청, 병원, 시민단체 등 관련 기관과 협조체제를 강화할 계획이다.

인천시의 경우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동을 제외한 가정양육 아동을 대상으로 매년 말 실시하는 전수조사 대상을 현재의 만 3세에서 만 3세 이하 전체 아동으로 확대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에 협조를 요청한 상태다.

이럴 경우 전수조사 대상이 1천400명에서 6천명으로 4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자체들은 위기임산부 지원을 위해 기존의 시책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경기 고양시는 출산 초기 양육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모든 출생아에게 첫 만남 이용권(200만원 상당 바우처)과 출산지원금(자녀 1명당 100만원)을 제공하고 있는데 올해부터는 부모 급여 명목으로 2년간 105만원이 추가된다.

고양시는 집이 없는 신생아 가정의 주거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중위소득 150% 이하 무주택 출산 가구의 전월세 자금 대출금의 이자를 최대 100만원까지 지원하고 있다.

지방의회도 제도적 장치 마련에 나서는 가운데 경기도의회는 '유기 영유아 보호 지원 조례안'을 입법 예고 중이다.

조례안은 '위기 임산부 및 유기 영유아 보호 상담지원센터'를 설치해 실태 조사, 비밀상담, 일시보호, 치료 연계, 지역사회 협력체계 구축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위기 임산부 산전·산후 보호시설'을 설치·운영하는 내용이 골자다.

조례안을 마련한 이인애(국민의힘·고양2) 의원은 "출생 미신고 아동을 포함해 영유아 대상 강력 범죄를 줄이기 위해서는 경제적·심리적 어려움으로 고립에 처한 위기 임산부를 지원하는 사회적 체계가 필요하다"며 "어렵게 태어난 소중한 생명들을 지켜내는 일은 사회 모두의 몫"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5일 출생 미등록 아동 확인부터 미혼모 등 위기 임산부 지원 강화 방안까지 종합적으로 논의할 기구인 '출생 미등록 아동 보호체계 개선 추진단'을 구성해 첫 회의를 개최했다.

추진단에는 복지부와 교육부, 법무부, 행정안전부, 여성가족부 등 정부 부처 관계자와 함께 아동권리보장원, 한국법제연구원, 경기거점아동보호전문기관, 국립중앙의료원 난임·우울증 센터, 한국한부모가족복지시설협회 관계자들이 함께한다.

추진단은 ▲ 출생 미등록 아동 보호체계 개선 ▲ 임시 신생아번호 아동 전수조사 협조 ▲ 출생 미등록 아동 집중 조사 지원 ▲ 미혼모 등 위기 임산부 지원 강화 방안 등을 논의한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