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행정부가 7일 주최한 2014년 지방재정전략회의에서 "민간의 파산에 해당하는 '자치단체 긴급재정관리제도(가칭)'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조임곤 경기대 교수(행정학·지방공기업학회장)는 이날 토론회에서 심각한 재정위기에 몰린 지방자치단체에 중앙정부와 상급자치단체가 직접 개입, 구조조정을 진행시키는 '자치단체 파산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현행 지방재정위기 사전경보시스템과 연계한 형태로 긴급재정관리제도 추진을 제시했다.

사전경보제도의 '재정위기단체' 지정만으로는 해소하기 어려울 정도로 재정난이 장기화한 자치단체에는 파산제를 적용, 회생 절차를 밟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 교수는 설명했다.

조 교수는 "현행 사전위기경보시스템은 위기를 일으킨 자치단체에 대한 책임추궁이 부족하고 위기 대응력이 약하기 때문에 재정위기 회복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고 언급하면서, "정부와 상급단체가 나서 강력한 구조조정을 이뤄지도록 추진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앞서 안행부는 연초 업무계획에서 지자체 파산제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지자체 대부분은 국가사업에 대한 지자체 부담 증가 등이 지방재정을 악화시킨 큰 요인인데도 지자체 파산제 도입 운운하는 건 '자치권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전국 시군구청장협의회는 "지방 자주재원 확대, 자치단체 복지비 부담완화 등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파산제를 도입하면 상당수 시군구가 파산을 면하기 어렵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서울시 고위관계자는 "무상보육과 기초연금 등 국고보조금 사업 등이 지자체 재정을 악화시키는 요인인데 이에 대한 결정권은 중앙정부가 갖고 있다"며 "지방파산제를 거론하려면 지자체에 재정부담을 주는 결정권을 주는 게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주석 안행부 지방재정세제실장은 "지방재정운영의 자기책임성을 높이고 주민 피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지방재정전략회의는 올해 정부의 지방재정 운영방향을 설명하고, 지방재정 현안을 토론하기 위해 마련됐다.

자치단체 파산제도 추진 방안 외에 지방재정 건전성 강화를 위한 국고보조사업 개편과 지방세수 확충방안도 다뤄졌다.

유태현 남서울대학교 교수(세무학)는 ▲지방소비세 확대 ▲임의세(선택적 과세제도) 활용 ▲지방환경세 및 지방사업세 발굴 ▲레저세 과세대상 확대 등을 지방세 확충방안으로 제시했다.

유 교수는 특히 니코틴의 양에 따라 매기는 현행 담배소비세를 가격 기준으로 전환해서 고가 담배와 신종 담배에서 추가 세수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주대 손희준 교수(행정학)는 복지사업을 주축으로 국고보조사업이 급증해 지방의 부담이 가중되는 실태를 지적하면서, 사무유형에 따른 국고보조율 기준을 마련하고 1천개에 이르는 국고보조사업을 전면 정비·개편할 필요성을 역설했다.

안행부는 토론회에서 올해 지방세수가 1.3%가량 소폭 증가하겠지만, 중앙정부가 지급하는 지방교부세는 작년보다 0.1% 줄어들어 자치단체의 세입여건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방정부의 '재정자주도'(자치단체 수입 중 지방세·세외수입·교부세의 비중)는 69.2%로 하락하고, 국고보조금이 지방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7.3%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정부는 이에 따라 자치단체가 지방공기업과 출자·출연기관의 부채까지 통합해 관리하고, 지방채 발생 한도를 산정할 때 보증채무와 민자사업(BTO) 같은 우발부채도 반영하는 체제로 전환을 추진하는 등 재정위험에 선제적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병규 안행부 장관은 회의에서 "지방의 재정건전성 강화를 위해 자치단체의 과세자주권 확대, 효율적인 부채·지출관리제도 구축, 지방재정과 국가재정의 합리적 원칙·기준 확립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