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청 조세정의과는 올해부터 '체납자 가상자산 추적·압류 전자시스템'을 도입해 악성 체납자 징수 활동에 활용하고 있다.

시스템에 체납자 명단을 입력하면 체납자 보유 가상자산에 대한 추적조사, 압류, 자산 이전 및 매각, 원화 추심, 압류 해제 등이 모두 시스템 안에서 진행된다.

지자체가 보유한 체납자 주민등록번호를 활용해 휴대전화 번호를 추적하고, 이를 기반으로 가상화폐 거래소의 회원가입 적발 성공률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기존에는 체납자 명단을 가상화폐 거래소에 보내 회원 가입 여부를 확인하고 추적 조사, 압류, 매각 등의 과정을 거쳤는데 이 과정에서 일일이 공문을 주고받다 보니 6개월가량이 소요됐다.

그러나 도가 개발한 전자관리 시스템은 이 과정을 15일 안팎으로 줄였다.

부동산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올해 지방세 수입이 작년보다 10%가량 줄며 전국 지자체마다 이같이 갖가지 방안을 마련, 세출 구조조정과 함께 체납세 징수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 가택수색·출국금지 직접 효과…자동차는 번호판 영치에 족쇄까지

가택수색은 직접적이고 확실한 징수 수단으로, 언론홍보에 따른 심리적 압박 효과가 커 선호된다.

인천시는 고액체납자 전담조직인 '오메가(Ω) 추적 징수반'을 투입해 지난달 30일 부평구의 체납자 주택 수색으로 8천만원을 현장 징수했다.

해당 체납자는 수십차례 독촉에도 지방세 1억9천만원을 내지 않았는데 이날 가택수색 징수액 외에 나머지 1억1천만원도 3차례에 걸쳐 분할 납부하기로 했다.

오메가는 그리스 문자의 마지막 자모로, 체납액을 끝까지 추적해 징수하겠다는 의미다.

출국금지도 고액 체납자들을 두손 들게 하는 강력한 수단이다.

경기도는 지방세 3천만원 이상 고액 체납자 8천937명을 대상으로 연말까지 실태조사를 벌여 출국 금지를 추진한다.

도는 이들 체납자 가운데 해외로 재산을 빼돌리기 위해 국외 도주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체납자를 대상으로 유효여권 소지 여부, 외화거래 내역, 국외 출입국 기록 등을 조사해 출국 금지 대상을 확정할 방침이다.

출국 금지 기간은 내국인 6개월, 외국인 3개월이며, 필요할 경우 법무부에 연장을 요청할 수 있다.

가택수색·출국금지와 함께 체납자 차량과 관련한 징수기법도 효과를 거두고 있다.

차량 번호판 영치가 일반적인 징수 활동인데 자동차세만 납부하면 번호판 영치를 피할 수 있어 경기 구리시의 경우 이달부터 아예 차량에 족쇄를 채워 다른 체납 지방세를 징수하고 있다.

울산시는 공영주차장에 체납 차량이 들어오면 즉시 단속하는 '체납 차량 영치 시스템'을 지난달부터 시행 중이다.

입차 때 차량 번호판을 자동으로 인식해 자동차세나 과태표 체납 여부를 확인하는 것인데 체납이 확인되면 구·군 영치 단속 직원 전용단말기로 차량번호, 주차장 위치, 입·출차 시각 등 정보를 즉시 통보한다.

울산시 관계자는 "체납 차량 단속 업무의 효율화와 함께 비양심 체납자에게 불이익을 주고 성실 납세자는 공영 주차장을 이용할 기회를 확대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 진화하는 징수기법…징수율도 크게 상승

경기도는 악기·의료기·산업기계 등 동산도 부동산처럼 등기부등본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작년 5월부터 올해 1월까지 법원행정처의 도움을 받아 100만원 이상 체납자 18만여명의 등기 동산 전수조사를 벌였다.

이를 통해 체납자 494명(총 체납액 190여억원)의 등기자료 1만1천185건을 확인했고, 이 중 178명의 등기 동산 보관장소 수색을 거쳐 압류 조처했다.

부천시에 거주하는 한 체납자는 지방소득세 등 800만원을 내지 않았는데 바이올린·첼로·피아노 등 수천만원 상당의 악기 18점을 등기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경기도는 폐업한 법인 소유의 대포차 의심 차량에 대해서도 지난 7월부터 시군과 함께 체납 지방세 징수에 나서고 있다.

폐업 법인 소유이지만 책임보험 계약자는 제3자인 도내 차량은 1천166대로 조사됐는데, 법인 청산 시 경매 등 절차를 거치지 않고 비정상적인 거래를 통해 사용되는 대포차로 의심된다. 이들 차량의 자동차세 체납액은 13억원에 달한다.

대구시는 조만간 경찰로부터 체납자 차량의 신호위반, 주정차 위반 등 교통법규위반행위 단속 정보를 넘겨받아 자동차 운행 관련 빅데이터를 분석할 예정이다.

분석 자료를 토대로 체납차량이 출몰하는 시간과 장소를 도출한 뒤 현장에서 번호판을 영치하거나 차량을 견인한다는 계획이다.

경남 양산시는 지난달부터 추적징수 전담팀을 운영 중인데 검찰에 요청해 전담팀 직원 4명 전원에게 조세 관련 수사권이 있는 특별사법경찰단 자격을 부여하기도 했다.

지자체들의 기존 징수기법 독려와 새로운 징수기법 도입으로 징수액도 늘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지난 7월 말까지 도세 징수액이 1천39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천62억원보다 329억원(31%) 늘어났다.

대구시는 올해 상반기 지방세 체납액 징수율이 45.8%로, 전국 1위를 달성했다.

지난해 체납액 756억원 중 346억원을 거둔 것으로, 같은 기간 전국 평균 체납액 징수율은 26.4%였다.

이런 가운데 2015년 경기도부터 시작한 압류품 공매도 전국으로 확대되는 등 낙찰대금의 체납세금 충당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경기도는 전북도·제주도·경북도와 함께 고액 체납자 가택수색을 통해 압수한 명품과 귀금속 등 772점을 오는 13일 고양 킨텍스에서 공개 매각하는데 시·도 합동 공매는 이번이 처음이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