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하성민 사장이 'ICT(정보통신기술)노믹스'라는 새로운 개념과 함께 5G 상용화를 선언한 것은 국내 이통산업이 정체기에 빠진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관측된다.

29일 하 사장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 주관으로 열린 'ICT 발전 대토론회'에서 '모든 사물과 인간이 ICT를 기반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산업 역시 ICT를 바탕으로 융합·재편되는 시대'를 'ICT노믹스'(ICT + Economics)시대라고 부르면서 SK텔레콤이 ICT노믹스를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하 사장이 이처럼 미래 성장을 위한 새로운 화두로 ICT노믹스를 내세운 것은 현재 ICT 산업이 네트워크 사업자 중심에서 부가통신과 콘텐츠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어서다.

기간통신산업 매출은 2006년 35조5천억원에서 지난해 38조1천억원으로 7.3% 성장한데 반해 부가통신과 콘텐츠는 같은 기간 7조4천억원에서 17조6천억원으로 138% 급성장했다.

이에 따라 해외 주요 기업들은 콘텐츠 업체 인수를 통해 사업 응용 범위를 확대하는 추세다.

이미 국내 이통시장은 보급률이 109%에 이르는 포화상태여서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으로서도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게다가 정부의 요금 인하 압박과 무제한 음성통화에 이어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출시까지 이어지며 수익성 개선 속도가 둔화되고 있다. 시장 포화로 인한 이통사 간 가입자 유치 경쟁도 마케팅 비용 부담만 가중시키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 패널로 참가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변정욱 통신전파연구실장이 "통신사업자로서의 정체성이 있지만 비통신사업자와 견줘서 손색없는 탈통신 역할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네트워크만으로 반쪽 성장이 될 수 있다"고 말한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다.

SK텔레콤은 이에 따라 5세대(5G)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이를 기반삼아 사물인터넷(IoT)과 빅데이터 역량을 강화해 ICT노믹스를 선도할 계획이다.

특히 IoT에 기반한 새로운 솔루션들을 조기에 구체화해 나가기로 했다. SK텔레콤은 성장 잠재력이 큰 것으로 판단되는 헬스케어 및 보안 분야와 비콘 등 근거리 네트워크 기술 분야를 집중 육성할 방침이다.

하 사장은 "5G 시대에 대비해 많은 투자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아직은 IoT나 빅데이터 같은 말이 구체적으로 와닿지 않겠지만 시장이 조금 더 성숙되면 가까운 미래에 사업이 가시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사장이 이날 제시한 'ICT 노믹스' 프로젝트는 지난 3월27일로 창립 30주년을 맞아 SKT가 글로벌 통신기업으로 부상한 것을 바탕으로 앞으로 다가올 30주년에 대비한 새로운 비전과 전략의 제시로 풀이된다.

그는 착한 ICT노믹스 프로젝트로 ▲ ICT노믹스의 부작용 연구와 대안 마련을 위한 '착한ICT연구소' 설립 ▲ ICT 부작용 예방 및 치료를 위한 '착한 ICT 캠페인' 전개 ▲ 전통산업 스마트화 등을 제시했다.

특히 그는 "ICT노믹스 시대에는 지금까지 속도에만 매몰돼 놓치고 있었던 변화 방향성에 대한 성찰이 더욱 중요하다"면서 "'빠른 변화'를 넘어선 '바른 방향으로의 변화'가 SK텔레콤의 새로운 성장 지향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이동통신 시장의 1등 사업자로서 지난 30년을 주도해온 경험을 토대로 앞으로의 30년에 대해서도 '책임있는 역할'을 해나가겠다는 의지풀이로 해석된다. 하 사장이 "도전과 혁신으로 새로운 미래 30년을 준비하고, 소명의식을 바탕으로 ICT 생태계 발전과 고객 · 사회와의 동반성장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는 창립 30주년 기념 발언과도 맥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하사장의 ICT 노믹스 화두 제시는 최근 황창규 KT 회장이 지난 5월말 "융합형 기가 시대를 열고 정보통신기술(ICT)과 타 산업의 화학적 융합을 주도해 대한민국 사회의 기(氣)를 살리겠다"며 '기가토피아(GiGAtopia)'라는 화두를 제시한것과 맞물려 주목된다.

엘지유플러스의 이상철 부회장과 더불어 한국 이동통신시장을 이끄는 대표적인 최고경영자인 하사장과 황 회장이 미래에 대비하기위해 제시한 화두와 구체적인 전략이 어떻게 구체화될지 업계는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