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은 "청빈 서원을 하지만 부자로 살아가는 봉헌된 사람들(수도자)의 위선이 신자들의 영혼에 상처를 입히고 교회를 해 친다"고 의미 있는 말을 전했다.

이는 수도생활에서의 청빈함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한국종교계가 깊이 새겨야 할 충고다.

한국의 종교계는 해방이후 드넓은 땅을 사고 건물을 짓느라고 외형 성장에만 지나치게 몰두했다. 이로 인해 신도들을 대상으로 ‘헌금걷기’에 무리수를 둬 왔던 것도 사실이다.

특히 증축을 명분으로 ‘건축헌금’을 주기적으로 걷어 들이는 사례가 잦다가 보니 신앙을 둘러싼 부부간의 갈등도 겪고, 부자지간에도 반목하는 일로 사회적으로 문제시 되곤 했다.

이런 관점에서 현대 종교계의 물질만능주위가 결국 교회내 집사 안수집사 권사 장로 등으로 이어지는 계급서열의 잣대가 되고 있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물론 불교계도 마찬가지다. 주지 자리를 놓고 각목싸움의 사생결단 모습을 TV뉴스로 봤던 게 생생하다.

즉, 헌금순위대로 대접(?)을 하는 게 작금의 종교계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청빈은 봉헌 생활(수도생활)을 지켜 주는 방벽이자 성장하도록 돕고 올바른 길로 이끄는 어머니"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 종교계를 뒤돌아보자. 교회 목사나 절에 주지가 타는 차는 고급승용차다. 그리고 항상 어느 자리던 vip다. 먼저 상좌에 앉고, 나이 관계없이 이들은 식사자리에서 먼저 수저를 든다. 일부 교회는 목사자리도 세습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종교지도자란 ‘특혜’가 우선하는 사회가 한국이다.

막대한 헌금이 종교지도자들의 권세와 부를 누리는데 사용 되서는 안 된다는 교황의 가르침에 머리가 숙여진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국방문 때 가장 작은 서민차를 이용했고, 헬기 대신에 KTX를 탔다. 더 많은 한국 국민을 만나기 위해서다. 절로 마음이 숙연해 진다.

교황은 "실용적이고 세속적인 사고방식을 받아들이려는 유혹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생각해 보라"며 "이는 우리의 희망을 인간적인 수단에만 두도록 이끌던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가르치신 청빈의 증거를 파괴한다"고 경고했다.

한국종교계의 문제점은 돈이다. 교회나 절의 평가 잣대가 규모다. 신도 수는 곧 헌금규모다. 각종 명목의 헌금은 ‘내는 이와 못내는 이’간에 위화감을 조성한다. 결국 가난한 신도는 교회나 절에서 환영을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교황은 "우리가 수덕 생활에서 많은 진보를 이루었다 하더라도, 용서와 치유를 받아야 하는 우리의 근본적인 필요, 그 자체가 가난의 한 형태임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고 했다.

또 "여러분의 생활양식에서 청빈의 구체적 표현을 찾아내야 하며, 특히 여러분의 주의를 흩어버릴 수 있고 추문과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반드시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수도생활이 조용히 개인의 수양만을 위한 게 아니라, 교회와 세상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충고다.

종교계의 지도자가 청빈해야함은 당연지사고, 신도들의 청빈한 삶이 교회와 세상을 위한 것이라야 한다는 진리다.

어찌 보면 종교지도자가 청빈해야 신도들도 청빈한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역설적 표현 같다.

사실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 적폐, 국가의 총체적 부실로 속칭 멘붕(멘탈 붕괴)에 빠졌던 대한민국사회에 교황의 한국방문은 그야말로 ‘구세주’였다.

정신적인 지도자의 한국방문은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목말라하던 한국사회를 촉촉이 적셔준 단비였다.

무엇이 올바른 목회활동이고, 가난하지만 청빈한 삶이 그리스도로부터 진정한 구원을 받는 진리임을 깨닫게 했다는 점이다. 이는 한국사회를 치유한 대단한 ‘기적’이라 하겠다.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은 한국사회가 ‘세월호’으로부터 정신적으로 핍박받을 때 놀라운 ‘구원’과 ‘용기’를 주었다. 더불어 국민들이 종교를 어떻게 믿고 어떻게 청빈하게 살아야 하는지를 일깨워 준 셈이다.

또한 집권 야욕에 불태우는 여야정치권이나, 무분별하게 살아가는 작금의 한국사회가 가야 할 길을 인도해 줬다는 점에서 ‘진정한 빛’을 발한 교황의 행보였다고 본다.

교황은 "우리가 가장 나약하게 느껴지는 때에 우리는, 우리가 부유해지도록 가난해지신 그리스도를 만날 수 있다"고도 말했다. 정말로 대한민국사회가 가슴에 새겨야 할 교훈이다.

(사설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